"위기에는 '안전'이 최우선. 당분간 보장성 상품 위주로 가입보험을 재편하고, 가입 전 보험사의 건실성도 반드시 따져보라. "
경제침체가 본격화될 올 한해, 전문가들은 기존의 보험 재테크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0년대 소위 '저축의 시대'로부터 2000년대 '투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변액보험 등 투자형 상품이 대세를 이뤘지만, 경제위기를 맞아 다시 '(재정)안정의 시대'로 넘어가며 보장성 보험 등 기본을 중시하는 상품, 특히 가족에 대한 보장상품이 가입 1순위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또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보험을 무작정 해지하기보다는 리모델링(재설계)으로 손해를 줄이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장성 보험 반드시 가입해야
업계 통계에 따르면 10여 년 전 외환위기 이후 3년간 질병 발병률과 사망률은 1995년에 비해 각각 3배, 5배 증가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수입감소로 인해 그만큼 질병관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란 분석. 때문에 김경준 LIG손해보험 강북지점장은 "위기일수록 암이나 사망, 질병, 상해 등을 최대한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호황기에는 투자형 상품이 유행했지만 경제위기 상황에는 마지막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보장성 보험 위주로 가입해야 하는데, 보장성 보험의 경우 변액보험 등과 달리 보험료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조재영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역시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결국 가족이라는 점에서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생명보험사의 정액형 보장성 보험의 경우 유사시 가장(家長) 연봉의 5배 이상 지급돼야 실질적인 보장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도 따져볼 때
이젠 보험사의 재정적 안정성도 확인해야 한다. 조재영 팀장은 "지금까지는 보험사가 무너질 가능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으나 작년 미국계 대형 보험사가 쓰러진 이후 보험계약에서도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 등을 따지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 통상 지급여력비율이 150%은 넘어야 좋다. 특히,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보험은 10년 이상 장기 운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불황에도 끄떡없는 안정성이 중요한 보험가입 기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변액보험 해지는 신중하게
투자형 상품으로 분류되는 변액보험은 작년 증시침체 탓에 가입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그러나 무작정 해지하는 것은 오히려 손실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에서 보험사의 사업비가 최장 7년간 빠져나가기 때문에 가입 후 1~2년내 해약하면 수익은커녕 원금의 절반도 돌려 받기 힘들다. 5년내 해약시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으려면 연평균 20~30%의 수익은 나야 한다.
김창기 교보생명 광화문재무설계센터 매니저는 "증시 침체기에 변액보험을 해약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변액보험의 장점인 펀드변경 기능을 이용해 채권형 펀드비율을 늘렸다가 주가상승기에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면 저가매수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하락에 빛나는 연금상품
시중금리가 올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고정금리형 연금상품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삼성생명 조재영 팀장은 "IMF 고금리 시절 고정금리 채권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올해에는 고정금리형 연금보험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열석 동부화재 영업기획파트 선임과장은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세제적격 연금보험은 다른 보장성 보험의 소득공제와 별도로 중복공제가 가능하며, 근로소득자 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도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지할 때도 순서가 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지해야 한다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부터 정리해야 한다. 즉, 변액보험 등 저축성ㆍ투자성 상품부터, 중복 가입한 보험부터, 이자율이 낮은 보험부터, 최근에 가입한 보험부터, 세제혜택이 없는 보험부터 해약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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