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한해였다. 2008년 국내 증시(2008년 12월29일 기준)는 반토막(코스피지수 -41.09%, 코스닥지수 -53.26%)이 났다.
시장 전체는 1년간 급락을 면치 못했지만 발군의 기량을 뽐낸 종목도 있다. 추락에도 이유가 있듯 비상에도 이유가 있는 법. 지난해 상승률 상위에 오른 종목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제아무리 시장이 흔들려도 뿌리가 깊은 투자원칙과 투자경험은 굳건했다.
'주가와 실적은 비례한다'는 원칙은 2008년 증시에서도 빛을 발했다. 연간(2007.12.28~2008.12.30) 유가증권시장 상승률 1위에 오른 세방전지(131.1%)가 대표적이다. 세방전지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787억원, 당기순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1년간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보다 각 300%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실적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적 호전의 이유도 튼실하다. 자동차배터리의 주재료인 납과 배터리의 가격 괴리현상 덕이다. 납 가격은 최근 고점대비 60%나 떨어졌는데, 배터리 가격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영업이익률 개선)이다. 앉아서 남는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올해도 지속될 가격 괴리현상은 새로운 투자여력도 안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세방전지의) 올해 영업이익률도 2008년 수준(17.3%)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잉여현금흐름비중이 10%이상 높아져 니켈수소나 리튬이온전지 같은 미래 성장동력 부문에도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주가흐름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시장은 오랜 세월 축적된 투자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테마의 힘'을 다시 입증했다. 새만금, 바이오, 2차 전지 등 각종 테마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는데, 그 중 으뜸은 '새만금 테마'였다.
레미콘업체 모헨즈가 선봉이었다. 모헨즈의 주가는 연초부터 새 정부의 새만금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무섭게 빨아들였다. 975원이던 주가가 8월 중순 8,550원까지 폭등했고, 이후 조정을 거쳐 3,900원까지 밀렸지만 연간 상승률이 300%(코스닥시장 1위)나 된다.
'동북아 두바이' 육성이라는 원대한 계획 이후에도 "농지비중은 줄이고 산업 등 복합용지는 늘린다"는 후속 발표(2008년 10월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 변경안')가 이어지면서 약효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테마 관련주는 상승 폭만큼 낙폭도 커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늘 부담이 갈수밖에 없다.
정책효과도 급락장 속 상승을 이끈 동인이었다. 정부의 그린성장 정책은 유가증권시장에선 하이브리드카 관련주인 삼화전기와 삼화전자를 각각 연간 상승률 2, 3위로 끌어올렸고, 코스닥시장에선 2차 전지 관련주인 엘앤에프를 상승률 5위에 들게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엘앤에프는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신규매출이 발생하는 등 큰 폭의 외형성장과 이익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사업의 안정성이 돋보이는 종목(한전KPS), 장외시장에서 검증된 우량 기업(셀트리온)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도움말=우리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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