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은 한류스타다. 그가 군대에서 제대할 당시 수많은 일본 팬들이 그의 제대를 지켜봤고, MBC '에덴의 동쪽'은 그로 인해 일본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요즘 그의 이름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뜻이다.
'에덴의 동쪽'에서 이다해는 원래 송승헌과 사랑에 빠지기로 했던 자신의 캐릭터가 크게 달라지자 스토리 수정을 요구하다 도중 하차했다.
반면 송승헌은 원래 시놉시스와 달리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제작진에게 전달, 이를 관철시켰다. 또한 MBC는 공동수상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김명민과 송승헌에게 2008 연기대상을 수여했다.
송승헌이 대상을 원한다고 했을 리는 없지만, MBC 입장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해외 수익을 기대케 하는 한류 스타를 챙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MBC '궁'의 황인뢰 PD가 "내수만으로는 드라마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할 만큼 국내 경기는 침체되고, 해외 수출 비중은 늘어날 대로 늘어난 한국 대중문화산업에서 한류스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반지'다.
SBS '스타의 연인'에서 최지우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에서 투자가 들어오듯, 한류스타가 움직이면 못할 것이 없다.
물론 한류스타는 매우 이로운 존재다. 배용준은 박진영과 손잡고 회사를 설립해 양 측의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에 힘쓰기로 했고, KBS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현빈과 송혜교를 통해 수출에 성공하면서 제작비를 보전할 수 있었다.
한류 스타가 한국의 다른 연예인들에게까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고, 좋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는 불안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절대반지'의 힘 때문에 시장의 룰이 왜곡될 때다. 어떤 드라마는 한류스타의 출연으로 인해 일본의 한류 팬에게만 통할 구시대적인 작품이 되었고, 어떤 한류스타는 국내 활동 없이 한류스타라는 타이틀만으로 스타 행세를 한다.
한류스타로 돈은 벌되 오히려 한국인이 즐길 콘텐츠는 줄어드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불황은 깊어지고, 돈을 벌게 만들어줄 스타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한류스타를 쳐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마음껏 업계를 휘저을까, 아니면 산업에 도움이 될까. '절대반지'를 가진 그들의 선택이 궁금하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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