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오고 있다. 7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616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순매수(사는 양이 파는 양보다 많은 것) 행진을 이어갔다. 2007년 4월 8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섰던 이후 최장 기록이다. 2일 650억원, 5일 3,338억원, 6일 3,709억원 등 순매수 금액도 계속 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조3,313억원 어치를 샀다. 지난해 싸늘하게 한국 시장을 등졌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외국인이 돌아오자 주가도 덩달아 탄력을 받고 1,200선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돌아오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안정 ▦원ㆍ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세 ▦국내 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가격이 싼 장점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지난해 워낙 비중을 많이 줄였기 때문에 그 비중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금융 위기 때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던 외국인들이 유동성 확보가 쉬운 우리나라에서 계획보다 더 많이 줄였을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잦아들고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이 주식을 빌려 판 공매도 물량을 갚기 위해 해당 주식을 되사는 '쇼트 커버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대량 지원하고 주가가 상승 분위기를 타면서 주가가 더 오르기 전 주식을 사서 손실을 줄여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갚아야 하는 대차잔액(빌린 주식의 합계) 규모가 12조7,845억원인데다 사모펀드도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한다.
냉랭했던 외국계 증권사들도 한국 증시에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하면서 매수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UBS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신용시장과 외환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 좀 더 낙관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증권도 "지난해 12월 6개월 동안 하락 행진을 멈추고 4.5% 올라 최악 상황은 지나가지 않았느냐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외국인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전기전자에 절반 가까운 금액을 집중했고 은행, 건설 등 구조조정이 이슈인 업종은 시가 총액 비중은 높지만 여전히 멀리 하고 있다"며 "아직 경제와 시장 전체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며 은행과 건설 업종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9,219억원 순매수 했다가 다음달에 4조8,000억원 어치 순매도로 돌아선 적이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 대차잔액이 많은 대형 우량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 외국인이 최근 상승 장에서 주로 사들인 삼성전자, POSCO, LG전자 등은 대차잔액 상위에 올라 있는 종목들이다. 해외 뮤추얼 펀드들도 지난해 말 결산을 위해 주식을 정리하고 확보한 현금과 헤지펀드에서 옮겨 온 자금까지 동원해 대형 우량 주 중심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는 점도 대형주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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