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병무청이 지난달 대체복무제 도입 불가 방침의 근거로 내세운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요 내용을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부정적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보고서의 진의를 왜곡한 것이다.
병무청은 지난달 24일 '종교적 사유 등 입영거부와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보도자료는 첫 머리에 "여론조사 결과 대체복무 허용반대 68.1%, 찬성 28.9%"를 적시하고, 대부분을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할애했다.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대체복무는 시기상조이며 현재로선 수용 불가능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7일 진석용정책연구소의 연구용역 보고서('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 사회복무체계 편입 방안 연구')를 분석한 결과, 핵심 내용은 보고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대체복무제도(안)'였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전제로,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의 명칭(집총거부자)이나 허용대상, 복무기간, 배치분야, 처벌조항 등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국방부가 '국민적 합의'의 부재, 또는 안보상의 위해를 이유로 허용불가 방침을 정할 경우 지난 7년간 진행되어 온 시민사회단체의 청원, 학계의 논리적 비판, 유엔의 권고, 재판부의 권고 및 무죄판결, 위헌심판 제청 등이 다시 반복될 것이며 국방부는 이 문제로 인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무청은 또 대체복무자 수용 여건에 관한 보고서 내용을 누락했다. 보도자료는 "대체복무 허용시 복무대상 총 인원은 2,400명인 데 반해 사회복지시설의 합숙복무 가능인원은 800명 수준"이라며 수용 여건이 미흡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서는 "사회복지시설과 소방서를 모두 합하면 2,400여명의 합숙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되며, 설문에 답하지 않은 시설이 4분의3에 달해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돼있다. 보고서는 특히 기독교 성향의 시설조차 종교적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병무청이 이미 대체복무 도입 불가 방침을 굳힌 상태에서 연구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해 발표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 같은 발표 내용에 대해 진석용 대전대 교수는 "의외였고,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8월 의뢰를 받을 당시 '2007년 9월 국방부의 대체복무 발표안(허용안)을 참고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도입 방법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했다"며 "도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보고서를 읽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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