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의 쟁점 법안 협상이 타결된 6일 밤 민주당은 웃었고 한나라당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합의문에 서명이 끝난 뒤 "우리가 미안할 만큼 한나라당이 항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2년차 국정 운영과 직결된 핵심 쟁점 법안들의 처리를 저지해 냈다는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덕분에 민주당은 '무기력 야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기세등등하던 여권의 기를 꺾는 효과도 거뒀다. 또 시급한 비쟁점 민생 법안들은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주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야당이 대안 없이 경제 살리기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털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을 불법 점거한 것은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 원칙과 의회주의를 스스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수권 정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쟁점 법안 연내 처리"를 호언했지만 식언을 한 셈이 됐다. 172석이라는 절대 다수의 의석수가 무색해졌다. 당 지도부의 정치력과 리더십은 치명타를 입었다.
당내 분열이라는 후유증도 남았다. 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지 못한 결과다. 협상 과정에서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개혁 성향의 초선 및 중진 그룹, 친박근혜계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도 위안 거리는 있다. 몸싸움까지 하면서 쟁점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거대 정당으로서 엄청난 역풍을 맞았을 수도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협상이 끝난 뒤 "우리가 끝까지 참고 기다린 것은 한국정당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합의문 행간을 보면 협상 결과가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여권의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와 직결된 금산분리 완화 법안과 출총제 폐지 법안 등은 각각 1월과 2월에 국회 상임위에 상정하는 데 성공했다. 또 미디어 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법, 사회개혁법안과 관련,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여지를 남김으로써 앞으로 법안 정국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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