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청년 일자리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며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 올해 7만개의 청년 인턴 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포털 '워크넷(www.work.go.kr)'에서 찾아보니 중앙ㆍ지방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행정인턴제 3만 명, 정부가 급여의 50%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2만5,000명, WEST 등 각종 해외 연수 및 인턴십 1만 명이 주요 내용이다.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고 경력직 위주의 채용이 확산되는 현실에서 정부가 청년 구직자의 취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인턴제를 확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효율성과 성과를 면밀히 따져봤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실적 위주의 인턴제 확대에 대해 정부가 중ㆍ장기적으로 고용창출은커녕 불완전고용을 조장하고 인턴직을 전전하는 '구직 난민'을 양산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인턴은 말 그대로 기업 혹은 공공부문에서 사회체험과 실무경험을 쌓아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취업관문을 뚫지 못한 구직자들이 인턴시장에 대거 몰려들자 그 성격도 변질되고 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인턴으로 대신하고 정부 지원을 받는 인턴을 고용하는 대신 기존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사업장이 대거 적발된 것은 작은 사례일 뿐이다. 또 10%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받은 공기업에선 "숙련 근로자를 내보내고 불과 수개월 일할 인턴으로 그 자리를 채우란 말이냐"는 불평도 나온다
인턴제가 고용시장 확대에 기여하려면 지원시스템과 함께 감독ㆍ평가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개인별로 인턴십에서 취업까지의 사이클을 평가하고, 기업의 악용사례를 감시하며 필요하면 취업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소홀히 하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인 인턴십이 단기고용을 고착화하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합법적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청년 인턴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것은 이 같은 인식과 시스템을 갖춘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독을 먼저 고치고 물을 붓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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