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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혁신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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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혁신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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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기의 한가운데서 새해를 맞았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수출과 내수 전망 또한 부정적이라 IMF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일자리 위기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일자리는 성장의 엔진, 사회통합의 구심점, 가계의 생명줄이다. 따라서 일자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그 가운데도 일자리 나누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일자리의 경쟁력 높여야

우리는 이미 지난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통해 일시적 위기국면에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위기극복 이후의 성장동력 복구에 큰 차질을 빚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일자리 상실에 따른 사회통합 비용이 복지제도나 사회전반에 그대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따라서 해고보다는 근로시간 단축, 유·무급휴직, 임금수준조정 등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정부 기업 근로자 간에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일자리를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성숙되어 있지 않다. 단지 정부재정이나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해고를 회피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원칙과,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통해 동료들과 함께 직장에 남아야 한다는 연대의식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일자리 위기는 지난해 하반기 돌발적으로 닥친 악재가 아니다.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거린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경제와 사회를 괴롭혀온 만성적인 문제이다. 우리 기업의 평균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의 50%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세계경제 13위 권의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근로시간이 길고, 교육훈련 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10년간 화려한 성장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금수준을 가지고 다투는 대기업 노사관계와, 그들의 협력업체에서는 비정규직 고용이 선택이 아닌 생존조건이 되어 있는 대조적인 모습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지 않고서는 이번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도 일자리 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경제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면한 일자리 위기를 일자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임금을 줄였다가 위기 이후에 다시 늘려주는 단순한 위기모면 방식이 아니라, 고령화에 따라 늘어가는 정규직 고임금과 상대적으로 처지기만 하는 비정규직 임금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혁신만이 안정된 미래 보장

아울러 기본월급을 받으며 집에서 쉬는 휴직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여유 인력에 대해 평생학습을 제도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목재산업에서 IT산업의 1인자로 변신한 기업 노키아를 배출한 핀란드 식의 재훈련이 필요하다.

나아가 돈을 주고 학교나 외부 학원시설에 보내는 직업훈련이 아니라 기존 작업장에 남아 자신이 다루는 기계와 설비와 생산방식에 정면으로 맞서 이를 혁신하는 현장형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근로자의 경쟁력 제고 방안과 나란히 추진해야만 일자리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산물량이 줄 때 최하위 인력을 생산라인에서 빼내는 것이 아니라 최상위 인력을 빼내 작업장 혁신의 핵심 인재로 육성하는 공격적인 일자리 나누기 방식도 필요하다. 혁신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자리 나누기는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도 노사의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혁신을 매개로 한 일자리 나누기야 말로 중장기적으로 일자리들을 튼튼하게 늘리는 가장 확실한 선택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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