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실용보다는 형식과 겉 멋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오늘부터 정식 가동되는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전시와 같은 상황으로 간주하고 워 룸(전시 국가종합상황실)처럼 운영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지하벙커에 자리를 잡아 겉 멋을 부리고, 실제 업무 및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모자라는 비상기구 운영 발상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책이 신속하게 집행되어야 하지만 현장과의 소통과 유연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하벙커에 설치된 비상기구는 권위주의적 형식으로 인해 소통보다는 일방적 지시ㆍ통제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단절과 통제의 상징인 지하벙커로 들어가는 것은 난센스"라는 야당 대변인의 비난은 지나친 점도 있지만, 워 룸의 실제 운영에서 소통과 유연성을 기하는 데 각별히 유념할 일이다.
청와대가 구성하겠다는 '위대한 국민을 위한 원로회의' 역시 또 하나의 형식주의 발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60명 이내의 각계 원로로 구성해 그들의 식견과 경험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지만, 1년에 한 두 번의 형식적 회의로 국정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아이디어나 방향 제시가 나올까 싶다. 지금까지 해온 각계 원로 간담회 이상의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우며, 각종 위원회를 정리해온 이 정부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겉 멋 중시나 형식주의는 이밖에도 많다.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집착하다 무익한 이념 논쟁을 촉발해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한 것도 실용주의에서 벗어난 탓이다.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장기 남북관계 경색이나 꼴사나운 국회 파행을 초래한 법안 전쟁 속도전 등도 그런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실용주의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 대통령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다. 출범 2년차에 접어들기에 앞서 진용과 전열을 재정비 중인 청와대에 겉 멋이 아닌 진정한 실용주의로의 복귀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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