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을 목전에 두고 각료 지명자들의 잇단 비리혐의로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독직 파문을 일으킨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와 측근들의 연루 의혹이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이어서 정권의 도덕성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특정업체와 자신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연방대배심의 조사가 진행되자 4일 상무장관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그는 NBC 방송을 통해 "나와 주정부가 모든 사안에 적절하게 일해왔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조사로 인해 장관 인준절차가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차기정부에서 각료 지명자가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은 오바마 당선자가 워싱턴에 입성한 날이어서 오바마 캠프를 더욱 뒤숭숭하게 했다. 오바마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그의 사퇴 결정을 수용했다.
연방대배심은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캘리포니아의 한 업체가 주정부로부터 10억달러의 계약을 따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상무장관으로 지명될 당시 리처드슨은 오바마에게 이런 의혹과 함께 조사가 깨끗하게 종결될 것이라고 확언했고, 오바마는 이를 의심할 다른 이유를 갖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리처드슨이 처음 밝힌 것보다 의혹이 커지고 조사가 본격화하자 정권인수팀은 초조해 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리처드슨은 하원의원을 일곱 차례나 역임하고 빌 클린턴 정부에서 유엔대사와 에너지장관을 지낸, 히스패닉계에서는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 현직 주지사중에서도 유일한 히스패닉계이다. 따라서 그의 퇴진은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히스패닉의 민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개발업자의 이권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준 대가로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 재단을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4년 11월 뉴욕의 개발업자인 로버트 콘젤은 10만달러를 클린턴 재단에 기부했고, 비슷한 시기에 힐러리 의원은 수백만달러의 연방자금이 콘젤의 상가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통과를 도와줬다.
힐러리는 이외에도 콘젤의 도로공사에도 연방정부가 500만달러를 지원토록 하는 고속도로 관련 법안을 같은 시점에 통과시키는데 일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힐러리의 지명과정에서 클린턴 재단의 국가와의 '이해상충'이 한차례 논란이 됐던 터여서 이번 혐의는 힐러리의 국무장관 수행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리처드슨의 사퇴와 힐러리에 대한 의혹으로 오바마의 인사검증에 허점이 노출됐다"며 추가로 의혹을 받는 각료들이 나타날 경우 '기존 워싱턴과 다른 정치'를 표방한 오바마의 개혁성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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