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노수민(59)씨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의 자서전을 대필한 사실을 공개했다.
노씨는 5일 “국가안전기획부의 의뢰로 1990년 무렵 2년 여 김씨를 가까이 지켜보며 자서전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1991)와 <사랑을 느낄 때면 눈물을 흘립니다> (1992)를 대신 집필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대필 사실을 밝히지 않기로 각서를 쓰기도 했고 대필한 것이 자랑도 아니라서 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공개된 김현희의 편지 속에서 그가 겪은 고통을 들은 후 그를 위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말 ‘조갑제닷컴’을 통해 두 차례 공개한 편지에서 2003년 국정원 등이 공중파 방송 3사를 동원해 ‘KAL기 폭파를 북한 김정일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백을 하도록 강압했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내가 본 바로는 김현희는 절대로 남한에서 조작된 인물이 아니다”며 “이번에 공개된 편지가 진짜든 가짜든 그 동안 고통을 당한 김현희가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갑갑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현희의 신앙 간증이나 안보 강연을 동행하면서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그를 지켜봤다”며 “예전에도 정말 북한 아이 맞느냐는 주위의 의혹이 있기도 했고, 안기부에서도 김현희가 완전히 전향했는지 지켜보라고 부탁을 하기도 해서 유심히 살펴봤는데 무심코 하는 소소한 행동 등을 통해 북한 사람이 분명하다는 점을 여러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어 “김씨는 북한에 속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남북 정치권력의 희생양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김씨와는 수년 전에 연락이 끊겨 최근 근황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노씨는 1974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를 통해 등단한 후 <위험한 연가> , <고독한 파수꾼> , <정인숙 사건> 등의 소설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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