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18)군에게 올해는 터닝포인트다. 2월에 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면 독일 뮌헨음대로 유학을 떠난다. 여름에는 뮌헨 ARD콩쿠르에 나간다.
2006년 슈페르거 콩쿠르, 2007년 쿠셰비츠키 콩쿠르에서도 최연소로 1위를 했으니 이번에 우승하면 성년도 되기 전에 더블베이스의 3대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는 셈이다.
3월에는 유니버설에서 첫 음반이 나온다. 독일 뷔르템베르크 실내 오케스트라와 녹음했다. 한국인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메이저 음반사와 작업하기는 처음이다. 음반을 낸다는 것은 전문 연주자로 첫발을 내딛는 일인 만큼 의미가 크다.
더블베이스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대중적인 악기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편이다. 악기 무게만 보통 8㎏, 하드케이스에 넣으면 무려 40㎏이나 되는 이 덩치 큰 악기는 비행기를 탈 때는 화물칸 신세다. 오케스트라에서 묵묵히 저음을 담당하지만, 독주 악기로 화려하게 전면에 나설 기회는 적다.
워낙 덩치가 커서 둔할 것 같지만, 성군의 연주는 이게 정말 더블베이스인가 싶을 만큼 매끈하고 자연스럽다는 평을 듣는다. 두 달 전 독일에서 첫 음반을 녹음할 때 일이다.
몹시 빠른 곡으로 유명한 '왕벌의 비행'을 녹음하면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더블베이스가 과연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염려했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더블베이스가 하도 빨라서 오히려 단원들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음악성도 나무랄 데가 없다는 것이 성군의 연주에 대한 중평이다.
"더블베이스는 개척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악기예요. 저음만 내는 게 아니라 고음도 첼로만큼 올라가고, 소리도 생각보다 화려해요. 지판이 길어서 손을 많이 움직여야 하니까 움직임이 크고 느낌이 역동적이죠.
워낙 커서 데리고 다니기에 불편하고 연주하기도 쉽지 않지만, 참 인간적인 악기예요. 저는 더블베이스가 아니라 저만의 악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제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소리를 내려고 애써요. 그래야 더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성군은 더블베이스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반주 악기라는 통념을 깨고 독주 악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레퍼토리를 늘리고, 작곡을 배워 직접 곡을 쓸 생각도 갖고 있다.
유학을 떠나기 때문에 올해 성군을 국내 무대에서 볼 기회는 많지 않다. 3월 음반 발매에 맞춰 전국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다. 성군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 한국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근사한 더블베이스 연주자를 갖게 될 것이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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