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전쟁의 시대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에 가져온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뜻하는 '프로도 경제'(프로도는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이름)는 세계가 문화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한류 역시 문화 콘텐츠의 힘을 충분히 입증했다. 한국의 문화정책도 문화콘텐츠 육성에 초점이 맞춰진 지 오래다.
콘텐츠 진흥 정책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하고, 핵심 문화콘텐츠 집중 육성을 국정 과제로 선정했으며, 민간 주도 정책자문기구인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차세대 융합형 콘텐츠 육성 등을 통해 2013년까지 세계 시장의 5%를 차지하는 5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2007년 세계 문화콘텐츠산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규모의 영세성과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고급 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교육 시스템 자체가 장르별로 분리돼 있다 보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융합형 인재'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기획창작아카데미'. 특정 장르에 국한된 일반 아카데미와 달리 상품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획부터 창작과 배급, 유통,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다룰 줄 아는 프로듀서를 키우는 게 목표다.
교육 과정도 콘텐츠 기획, 장르별 스토리텔링 등 제작에 대한 실무분야부터 마케팅, 투자, 법률, 라이센싱, 수출 등에까지 걸쳐 있다.
아카데미의 대표교수는 만화가 이현세씨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토털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소스를 가지고 산업적 효과를 내려면 인접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국내에서는 그 경계를 넘기가 어렵습니다. 문화콘텐츠를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씨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참여다.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이 된 퍼포먼스 '난타'의 프로듀서 송승환씨, 2008년 최고 흥행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제작자인 최재원 바른손필름 대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프로듀서 신창환씨 등이 강의와 실습, 프로젝트 지도에 참여한다.
이들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교육생들의 프로젝트 실습이 실제 문화상품으로 이어진 경우도 벌써 나오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높은 가수 7공주의 캐릭터를 '난타' 공연과 접목시킨 '7공주와 함께 하는 어린이 난타'를 비롯해 대중음악과 국악을 조화시킨 음반으로 주목받은 어린이 국악연주단 '아띠' 역시 이곳에서 탄생했다.
지난달 끝난 3기 교육 과정에서 최우수 프로젝트로 뽑힌 판타지 스릴러 '포춘헌터'의 경우 2,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이현세 교수의 자문 아래 만화책으로 첫선을 보인다.
현재 모집 중인 4기 과정부터는 창작지원금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해외 연수와 정부지원 문화콘텐츠사업 참여 등 혜택이 더욱 많아졌다.
이현세씨는 "지금까지는 각 분야 경력자와 전공자들로 엄격하게 자격을 제한하다보니 지나치게 문이 좁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생을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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