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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바마에 맡긴 한반도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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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오바마에 맡긴 한반도의 장래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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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시대의 세 영웅이 울지 않는 새를 울게 하려 할 때,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칼로 새의 목을 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갖은 재롱으로 새를 울리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야스의 전략으로 북한을 대하기로 한 것 같다.

'기다리는 대북전략' 언제까지

북한이 신년 사설에서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을 우리정부에게 전가하고 10ㆍ4 공동선언의 이행과 남북관계를 철저하게 연계시키면서 반정부투쟁을 선동하자, 우리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기다리는 전략'을 재확인하였다. 따라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이달 20일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있으므로 남북관계가 계속 단절되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까? 시나리오 별로 우려사항을 점검해 보자. 먼저 오바마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으로 북ㆍ미 관계가 개선되고 북핵문제도 호전되는 경우가 최선이다.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완화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우리가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여 국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도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하고, 남북관계는 계속 단절되는 1994년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으며 주한미군의 규모까지 논의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

오바마의 당면 국정과제에서 한반도 문제는 경제, 이스라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다음에야 위치하므로 오바마가 북핵문제를 중시하여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중동사태 해결의 절박성과 국무부 고위인사들의 인사청문회 등으로 북한문제는 여름쯤에야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이 오바마의 관심을 끌고자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2차 핵실험 동향을 보여 한반도 안보 상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때까지 남북관계는 계속 단절될 가능성이 큰데 그것이 우리의 국익에 이로운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 북ㆍ중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인도적인 지원은 받으면서 우리의 지원 단절과 우리와의 경협 축소로 인한 경제적인 손해에도 불구하고 대남 강경책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의 '기다리는 전략'이 북한의 태도를 고치는 등의 실용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우리 역시 경협 축소로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이고 북한의 자원은 속속 중국 자본에게 넘어갈 것이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이미 최근 미 국방부나 정보기관을 통해 시사되는 것으로서 미국이 북한의 핵물질 추가 생산과 확산은 차단하면서 북핵의 현 상황을 묵인하는 경우이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 미국측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미 행정부로부터 "그간 우리에게만 해결을 미뤄두었다가 갑자기 웬 성화냐"는 답변만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미 우호관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 협상 노력이 좌절되어 미국이 군사 제재를 고려할 경우이다. 우리가 지금 태도를 견지한다면 갑자기 이를 만류하기 어려워지는데, 1994년 김영삼 대통령도 대북 강경노선을 주장하다가 결국은 클린턴의 영변 공습을 말릴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

우리 운명은 우리가 개척해야

결국 천하를 통일한 인물은 이에야스였지만 그는 통일을 위해 평생을 기다려야 했다. 북한이 핵의 실전활용 능력을 키워가고 있으므로 우리에게는 그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경제위기 극복과 중동문제 때문에 여념이 없는 오바마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더라도 우리의 입장을 자국의 이익처럼 배려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를 비록 동맹국이지만 남에게 맡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정부가 이러한 걱정들이 기우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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