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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쟁] <1> 신문법·방송법, 쟁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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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쟁] <1> 신문법·방송법, 쟁점은 무엇인가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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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벽두부터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의 난투는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산적한 민생 문제를 제쳐놓고 벌어지는 정치권 난투의 핵심에는 이른바 미디어 관련 법안들이 있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방송과 신문들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연일 서로를 치고 받으며 그들만의 격투를 벌이고 있다.

광우병 논란 이후 잠잠한가 했던 한국사회의 좌우 대립이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놓고 재연되는 조짐이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 초 내놓은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은 그 본질이 무엇이길래 이렇듯 혼란을 부르고 있을까. 과연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미디어업계는, 국민들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4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여야 혹은 좌우의 쟁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해 12월 3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이 집단 발의한 일명 '7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중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과, 신문ㆍ방송 겸영 금지를 폐지하는 신문법 개정안이 갈등을 일으킨 핵심이다.

신문법 개정안은 이미 2006년에 위헌 판결을 받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 등을 삭제하고, 현행 신문법에서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상호 경영할 수 없으며 종합편성 방송사업 겸영을 금지한다'는 규정으로 막아놓은 신문방송 겸영을 규제 폐지로 돌려세우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이 개정안은 결국 시대 변화로 인쇄매체인 신문만으로 돈을 벌기 힘들어진 신문사들에게 상대적 뉴미디어인 방송을 인수하게 해 수익성을 올리도록 길을 터주는 시발점이 된다.

방송법 개정안은 각종 유료매체의 등장과 방송환경 악화로 자금난에 몰리고 있는 방송사들에게 '자본의 단비'를 보장한다는 게 여당의 법안 발의 취지의 하나이다. 그동안 지상파와 종합편성, 보도 프로그램공급자(PP)에 대한 대기업의 소유가 크게 제한되었던 것을 개정안을 통해 풀어주는 셈이다.

"매체 경계 허물어 투자 활성화" 찬성

법안에 찬성하는 쪽은 발의한 한나라당, 집권 전부터 미디어산업의 규제를 풀고 신문방송 겸영을 주창해온 정부, 그리고 각종 규제로 재벌의 시장 진입이 막혔던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요구해온 언론단체들, 법안의 통과로 실질적 이익이 기대되는 대형 신문사들이다.

이들은 미디어 법안 개정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찬성의 주요 근거로 든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여당의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만6,000개에 달하는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KISDI는 자체 보고서에서 "방송 부문에 대기업을 통해 자본 유입이 이뤄지고 이는 사업자간 경쟁을 불러 침체된 콘텐츠산업 전반에 활력을 일으킨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방송시장의 자본 투입이 콘텐츠의 질을 올리면, 그동안 저평가된 광고 단가를 올려 신문과 방송 모두 상생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에 맞는 법의 변화도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는 "기술이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체의 장벽이 이미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종이신문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신문의 인력과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고 널리 활용하려면 관련 법을 고치고 언론사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 변희재 대표는 최근 미디어 법 관련 토론회에서 "새로운 법률이 시행되면 기존의 지상파 방송은 신규 사업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며 "개정안은 방송의 독점을 와해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의 논리로 언론 장악 의도" 반대

개정안이 시행되면 방송사 소유가 가능해져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추측되는 대형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부 신문들, 대기업의 '구매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MBC, 자본의 방송 진입이 건전한 언론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언론단체, 그리고 민주당은 강력한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진출 허용 기업의 자산규모를 3조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무차별적 규제 완화를 대기업들에 선사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논리를 편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부소장은 "개정안은 기업의 자산 범위를 특정하고 있지 않아서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그야말로 재벌의 진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보도ㆍ종합편성 채널의 경우 개정안이 대기업과 신문에 대해 각각 소유제한을 두고 있嗤?만약 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공격적인 시장 참여에 나설 경우 완벽한 방송사 지배가 가능한 지분까지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의 다양한 여론이 여러 스펙트럼의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그것이 합의를 이뤄나가며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것인데 비판의 대상이 되는 대형자본이 미디어의 소유자가 된다면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변화를 겪게 된다"며 "개정안은 여론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는 장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국회 '갈등 확산의 진원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 논란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의 주체인 국회는 갈등 조정의 장이 아니라 갈등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소한의 법 개정 절차도 무시한 채 '속도전'을 강조하고, 야당은 소관 상임위 회의장 점거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양측 모두 상대에게 항복만을 강요하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여야의 행태

한나라당이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위해 밟아온 절차는 상식을 한참 벗어난다. 한나라당의 최종 개정안은 각각 지난달 26일(신문법), 24일(방송법)에야 발의됐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통한 쟁점법안의 연내 일괄처리'를 압박하던 때다. 적잖은 사회적 파장과 갈등이 예상되는데도 직권상정을 전제로 법안을 은근슬쩍 제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는 법안이 제출되면 20일 후에야 상임위에 상정토록 하고 있고, 법안소위를 거쳐 상임위를 통과해도 법사위 논의 전에 5일의 경과기간을 두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ㆍ조정하고, 세부 내용에 대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당정간에 수 차례 협의했고 반대측의 우려도 충분히 반영했다"(정병국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며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것이다.

야당의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저녁부터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해 의사진행을 막고 있다. "한나라당이 야당 외통위원들의 출입까지 막고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강행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한 민주당 문방위원)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견을 조정해야 할 국회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17대 국회에선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등의 상정을 실력저지한 한나라당을 향해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했었다.

전장(戰場)으로 변한 문방위

신문법과 방송법 처리가 사실상 2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뤄짐에 따라 향후 국회 내 논의는 훨씬 중요해졌다. 초보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법안들이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되는 상황을 모면한 만큼 찬반 입장과 논거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이견을 조정해낸다면 MBC를 필두로 한 언론노조 총파업과 맞물린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방위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한나라당에선 고흥길 위원장과 정병국ㆍ나경원 의원 등 화력 높은 의원들이, 민주당 역시 천정배ㆍ전병헌ㆍ최문순 의원 등 저격수들이 대거 배치됐다.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유인촌 문광부 장관의 임명 과정, KBS와 YTN의 사장 교체 및 선임 과정, 언론유관기관장 낙하산 논란, 문광부 산하단체장 교체 과정에서의 외압설 등으로 매번 여야 간 치열한 전투가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신뢰도 손상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문방위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존중되는 가운데 신문법과 방송법이 무리없이 논의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들 법안을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할 법안"(한 문방위원)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은 "장기집권용 'MB악법'의 결정판"(전병헌 의원)으로 여기고 있다. 사회적 갈등의 골이 문방위 논의 과정을 거치며 증폭될 개연성이 아주 큰 셈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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