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올해 신규 창출하겠다는 일자리가 40만개가 넘는다. 4대강 정비사업에 따른 일자리 창출, 간접적인 고용 창출 지원 목표까지 더하면 100만개도 훌쩍 넘는다. 각 부처들이 올해 창출하는 일자리만으로도 국내 실업자(75만명 남짓)를 모두 채용하고도 남을 거라는 얘기다. 현실성도, 구체성도, 장기적 안목도 없는 정부 부처들의 일자리 대책은 부처간 중복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경쟁적인 수치 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5일 정부 부처들이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년 업무보고' 내용을 취합해 본 결과, 각 부처들이 올해 신규 창출하겠다는 일자리는 총 43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처 별로는 ▦보건복지가족부 7만2,000개 ▦행정안전부 7만개 ▦교육과학기술부 5만개 ▦환경부 4만3,000개 ▦노동부 4만개 ▦여성부 3만7,000개 ▦농림수산식품부 3만6,000개 ▦지식경제부ㆍ중소기업청 각 3만개 ▦문화관광체육부 1만8,000개 등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수치 늘리기에만 연연한 결과 온통 잡무성 일자리로 가득하다. 가장 확연한 것이 교육부의 5만개 일자리 창출 계획이다. 명색이 교육부가 내놓은 일자리 창출 계획에 공사 인부(4,000명)나 청소 인력(4,300명)이 포함됐고, 나머지 역시 행정 인턴, 특수교육 보조원, 종일제 유치원 보조 인력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각 부처들이 밝히는 간접적인 고용 창출 지원 목표는 더욱 황당하다. 복지부가 상반기 중 64만명 조기 취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방예산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함으로써 조기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64만명은 상반기 투입 예산 114조원에 취업유발계수를 감안해 산출된 수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28만명(3년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힌 4대강 정비 사업과 ▦산업인력 양성(지경부) 5만4,300명 ▦실직자 등 취업 알선(중기청) 4만명 ▦뉴스타트 프로그램 및 하반기 사회적 일자리 추가(노동부) 5만명 등 각 부처의 '준(準) 일자리 창출 대책'까지 포함하면, 올해 정부가 만들어 내는 일자리는 족히 100만개를 넘어야 한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연간 일자리 창출 목표(10만개)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 10만개는 취업자 증감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각 부처들의 대책에는 자연 증가분이 포함된다든지 향후 수년간 창출할 일자리가 올 한 해 창출되는 것으로 부풀려진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자리 대책에 종합적인 밑그림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몇 개, 저기서 몇 개' 식의 지엽적인 대책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에 각 부처들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지엽적인 대책만 내놓으면 외려 병만 키울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취로 사업을 넘어서 총괄적인 진단을 통해 미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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