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정 상비약인 해열진통제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콘택600' 등에 들어 있던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의 유해성 논란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어린이 감기약 속의 기침약 성분이 문제됐으며, 이제는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이 도마에 올랐다. 이 성분이 들어간 대표적인 해열진통제로는 종근당 펜잘, 삼진제약 게보린, 바이엘코리아 사리돈에이 등이다.
종근당은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달 15일 펜잘에 대한 리콜 조치를 발표했다. 어떤 해열진통제가 위험한지, 안전한 약은 없는지 알아본다.
■ 게보린ㆍ펜잘 왜 문제?
게보린과 펜잘은 이미 잘 알려진 여러 성분을 복합해 위험을 줄이고 효과는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복합 진통제다. 그런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가 최근 이 약들에 다른 나라에서는 흔히 사용되지 않는 위험한 성분이 포함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건약에서 문제 삼은 IPA 성분은 피린계 약물의 하나다. 현재 한국에서는 피린계 약물 중 IPA만 유일하게 일반의약품(OTC)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린계 약물로는 아미노피린과 IPA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안티피린, 설피린, 스루피린, 페르브타존 등이 있다. 이 성분들은 약효는 뛰어나지만 부작용으로 과민증과 발진, 알레르기가 많이 나타난다.
IPA가 함유된 약으로는 가모린 에이정(천혜당제약), 가모린 정(천혜당제약), 게리통 정(세화제약), 게보린 정(삼진제약), 노틸 정(삼익제약), 논업 정(대림제약), 무수캉 정(삼희제약), 보라린 정(보람제약), 사로신피 정(태창제약), 사리돈 에이 정(바이엘코리아), 스펜탈 정(일양약품), 아델 정(하나제약), 아카팜 에스 정(현창제약), 알파정(크라운제약), 알파에스 정(크라운제약), 암씨롱 정(동아제약), 암타나 정(한국파비스바이오텍), 앤치펜 정(신창제약), 올인 정(청계제약) 등이다.
■ 피린계 어떤 부작용?
'프로피페나존'으로도 불리는 IPA는 이미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 쓰이지 않고 있다. 터키와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에서는 판매를 금지했다. 다른 피린계 약도 대부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으로 쓰이고 있다.
마이크로메덱스에서 IPA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메덱스는 92개국 의료기관과 제약사, 연구소, 산업현장, 정부기관에서 쓰이는 의약과 의료, 환경, 독성에 대한 전문 데이터베이스다. 의사와 약사, 간호사, 독성학자, 영양사 등으로 이뤄진 70여명의 전문가가 매일 전세계 2,000여종 이상의 전문저널을 검토해 작성한다.
이에 따르면 IPA는 피부과민반응으로 인한 두드러기와 홍반, 알레르기성 쇼크 뿐만 아니라 전체 5%에서 소화기계 부작용이 보고됐다. 하지만 피부과민반응은 발현비율이 매우 낮고 소화기계 부작용은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 크게 우려할만한 부작용은 아니다.
IPA를 먹고 자가 면역형 용혈성 빈혈이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자가 면역형 용혈성 빈혈은 고열과 구역질, 구토, 황달, 검은 오줌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밖에 무과립구혈증과 혈청병이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무과립구혈증은 백혈구의 과립구가 급격히 감소해 면역기능을 잃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혈청병은 고열과 말라리아, 림프종, 관절염, 가려움증 등 면역 이상을 초래한다. 다른 피린계 약물(아미노필린, 안티필린, 디피로네)에서도 무과립구혈증이 때때로 보고됐다.
하지만 삼진제약 관계자는 "IPA를 다량으로 장기 복용해야만 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IPA 성분이 독일과 일본,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 21개국에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 타이레놀, 부루펜, 아스피린 상대적 안전
타이레놀과 부루펜, 아스피린은 IPA 성분 약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부루펜은 이부프로펜, 아스피린은 살리실산 성분이다.
이 세가지 성분은 모두 매우 오랜 기간 사용돼 왔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처방없이 구입해 복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또한 지금까지 문제된 진통제, 감기약 문제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스피린은 16세 이하 아이에게는 레이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복용을 삼가야 한다. 임신부는 가능하면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하면 타이레놀을 먹는 게 안전하다.
아스피린과 부루펜은 식약청이 최근 발표한 '태아의 기형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원칙적으로 임신부의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의약품'에 포함돼 피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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