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스포츠카라고 부를 만한 차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제네시스 쿠페'가 그것이다. 현대차가 앞서 스포츠카를 표방한 차를 내놓은 적은 있다. 1990년 출시한 '스쿠프'가 첫 번째다. 하지만, 사실 '무늬'만 스포츠카였다. 그래도 당시 스포츠카를 꿈꾸던 ??은이들에게는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티뷰론'(1996년)과 '투스카니'(2000년)를 거치면서 현대차의 스포츠카 개념이 모양을 잡아갔다. 이들 모두 디자인 면에서 많이 진보했으나, 전륜구동(앞바퀴 굴림방식)인데다 출력도 좋지 않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반면 제네시스 쿠페는 확실히 달라졌다. 스포츠카 마니아들이 해외 동급 스포츠카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제네시스 쿠페는 '선배 스포츠카'와 많은 면에서 다르다.
우선 스포츠카의 기본인 힘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3,800㏄ 모델은 303마력, 2,000㏄ 모델이 210마력으로, 닛산 '인피니티'나 도요타 '렉서스' 등을 비롯해 웬만한 외제 쿠페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날렵한 디자인은 수준급이다. 남성의 근육질 몸매를 연상할 정도로 단단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더욱이 고속 주행 차량의 필수 안전 장치들이 장착돼 고급 스포츠카의 당당함을 강조했다. 브렘보의 브레이크 시스템, 브리지스톤의 타이어, ZF의 6단 자동변속기 등은 '질주 본능' 마니아들이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명품들이다.
안전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전방 좌우와 측면 좌우 등 총 6개 에어백을 장착했다. 특히, 신세대 부부 운전자를 위해 뒷좌석에 국내 최초로 유아용 안전시트 장착 장비를 설치해 '패밀리카' 느낌도 강조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제원상으로 외제차와 견줘도 손색이 없지만, 운전해 보면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가속페달이 현대차의 가벼운 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력과 토크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이 약하다. 트렁크 안에 스피커 자석이 튀어나와 있는 것도 세심한 소비자들에겐 지적 사항이다. 트렁크 여닫을 때 잡을 곳이 없는 것도 감점 요인이다.
그래도 국내차의 자존심을 지키는 정통 스포츠카임은 분명하다. 점수로 친다면 85점 이상이니까,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진 스포츠카 마니아가 아니라면 구입해도 후회하진 않을 듯하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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