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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제위기와 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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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제위기와 사회통합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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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한해의 시작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일 뿐,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해를 보내면서 아쉬워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희망을 갖는다. 밝고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길' 함께 찾아야

새해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아니 오히려 어둡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의 한파가 갈수록 가까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나마 원유가격이 안정되고 있고, 환율과 주식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되지만 동네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다. 이번 경제위기의 끝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동향을 보아서 우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금융위기와는 달리 이번 세계적 경제위기는 우리나라만 잘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협력하여 무너진 신뢰기반과 금융시스템을 다시 재구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이 요구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지구는 화석연료 등 자원의 고갈,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인구의 고령화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난제도 맞물려 있어서 거대한 혁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큰 혁신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혁신, 작은 변화부터 이어나가야 한다. 또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가 위기를 공감하고 함께 나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위기라 하여도 국민이 똘똘 뭉쳐 하나가 되어 있을 때 극복 가능하다는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국민이 하나 되는 것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번 경제위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안고 있다.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갈등이 오랫동안 증폭돼 왔다. 이러한 갈등은 경제위기 아래 한층 커질 수도 있고, 획기적으로 감소될 수도 있다. 우리의 갈등이 분배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많기 때문에 나눌 것 자체가 줄어들면 더 많이 싸울 수도 있다.

여기서 깊이 인식하여야 할 것은, 싸우면 싸울수록 나눌 것 자체가 감소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공존공영할 수 있는 합의점을 가능한 빨리 도출해야 한다. 국가에너지를 하나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감대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통합의 과정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새해 벽두에 던진 화두 '오병이어(五餠二魚)', 즉 예수님이 주신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000명이 나누어 먹었는데도 모두가 배부르고 행복했다는 말씀은 의미가 깊다. 불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눔의 행복을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행복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고 고통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작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가진 사람은 나누는 마음을, 못 가진 사람은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물질적으로 부족한 이 순간을 기쁨과 행복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따뜻하게 껴안는 마음

정부도 국민통합을 위한 정책을 과감히 펼침으로써 국민이 하나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위기 앞에서 여야가 싸울 것이 무엇이 있는지, 노사가 다툴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지역 간에 갈등 할 것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편만 더 단단하게 뭉치려는 전략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종국에는 국가를 파탄으로 이끄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적과 내 편을 구분하기 전에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서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하여 공감하고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참으로 추운 이 겨울, 따뜻한 햇볕으로 부족하다면 우리가 우리를 서로 꼭 안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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