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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지막 사진 한 장' '웰 다잉'… 23인의 평화로운 임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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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지막 사진 한 장' '웰 다잉'… 23인의 평화로운 임종의 기록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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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테 라코타 지음ㆍ장혜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64쪽ㆍ1만1,000원

죽는 자의 권리에 대해 한국도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 한국 법원이 존엄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 지난해 11월이다.

"내가 의사로서 그들(호스피스 병동 환자)에게 힘이 돼줄 수 있었던 건 의학 기술 때문이 아니라 심장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그들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현역 의사인 저자가 23인의 평화로운 죽음을 기록한 이 책 <마지막 사진 한 장> 의 서문에 쓴 말이다.

삶의 궁극은 '웰 빙'이 아니라 '웰 다잉'에 있을지 모른다. 죽을 준비를 하러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온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거기서 생에의 의지를 배운다.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마지막 사진은 환자와 가족에게 소중한 작별 의식이 된다. 자살 시도를 밥 먹듯 하던 여인은 호스피스에서 삶의 가능성을 발견, 피아노 교습까지 받고 있다. 엄마는 유방암에, 아들은 뇌종양에 걸린 어떤 가족을 짓누르던 비탄의 절규는 "같이 싸워서 이기자"는 다짐으로 변했다. 광고업계에서 잘 나가던 어떤 남자는 뇌종양의 후유증으로 자꾸만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책에 한 사람마다 두 장씩 게재된 사진들은 입원 전과 후의 모습을 대비, 보는 이들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2004년 세계보도사진전에서 수상하는 등 각종 르포르타주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사진들은 현재 '죽음 전의 삶'이란 제목으로 유럽에서 순회 전시되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담담한 모습이 그 무엇보다 더 강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남길 최후의 얼굴을 생각,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하고 삶의 위엄이 느껴지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호스피스 병원의 기본 원칙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친숙한 환경에서 포괄적인 도움을 받게 해,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 곁을 지켜주는 것이다. 치료나 간병의 여부는 전적으로 환자 본인의 결정사항이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 지 제시하는 책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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