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은 한국 만화 100년
1909년 일간지 '대한민보' 창간호(6월 2일)는 국치 전야의 시국에 항일구국정신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은 이도영 화백의 시사만화를 게재했다. 한국 만화는 이를 기점으로 올해 100주년이 된다.
한국 만화 100주년을 기념해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시사만화 100년-역사성과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국제시사만화포럼이 열린다. 6월 2일에는 한국 만화 100주년 기념식과 함께, 만화 100년사의 주요 사건과 작가, 작품 등을 망라한 '한국 만화 100년 연감'이 간행된다. 같은 기간 청계광장 일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사만화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한국 시사만화 100년 특별전'이, 7~8월에는 '만화, 무한 상상의 언어'라는 주제로 역사만화, 어린이만화, SF만화, 캐리커처, 북녘만화 등 다양한 테마의 만화 전시회가 열린다.
2월
◆다윈 탄생 200주년
하나의 과학적 가설이 철학과 종교, 인류의 사고체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사례를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진화론이다. 2월 12일은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1809~1882)이 태어난 지 200년이 되는 날이다. 또 11월 22일은 <종의 기원> 이 출간된 지 1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종의>
국립과천과학관은 다윈의 생애와 진화론을 돌아보는 전시 '다윈전'을 지난해 11월부터 열고 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계속되며, 세계 25개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다윈 나우(Darwin Now)' 전이 주한 영국문화원 주최로 함께 열린다. 다윈 탄생일에 즈음해서는 각종 학술대회 개최와 서적 출간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멘델스존(1809~1847)이 1809년 2월 3일 함부크르에서 태어났다. 멘델스존은 지휘자, 피아니스트로도 당대의 스타였다.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나 관현악곡 '핑갈의 동굴', 바이올린 협주곡 등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과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등 잊혀진 걸작을 연주해 부활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3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아동문학의 올림픽'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3월 23~26일)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다. 행사장인 볼로냐대 도서관 메인홀에 '책으로 만나는 한국의 예술' 코너가 마련돼 한국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술 및 역사 관련 서적들이 전시되고 한국 문학과 한국 아동문학에 관한 각종 세미나도 개최된다. 여기에 전시된 도서는 볼로냐대 극동아시아연구센터를 비롯한 이탈리아 대학들의 동양학과에 기증돼 한국 역사와 예술 이해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형도 20주기
심야극장에서의 돌연사라는 비극적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유고시집 <잎 속의 검은 잎> (1989) 한 권으로 문학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원한 청년시인' 기형도(1960~1989)의 20주기(3월 7일)를 맞아 그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이어진다. 1999년 <기형도 전집> 을 발간했던 문학과지성사는 2월말을 즈음해 <기형도 기념문집> 으로 추모의 정을 보탠다. 기형도의 시세계를 '영원히 닫힌 빈 방의 체험'이라 명명했던 고 김현의 평론을 비롯해 오생근 남진우 이광호씨 등 평론가들이 고인의 시세계를 다룬 평론 15편, 소설가 성석제 원재길씨 등 고인이 가깝게 지내던 문우들의 추모글이 실린다. 기형도> 기형도> 잎>
4월
◆신동엽 40주기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절규하며 분단된 조국 현실에 대한 비판과 4ㆍ19정신의 계승을 노래했던 신동엽(1930~1969) 시인의 40주기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충남 부여군은 부여읍 동남리에 위치한 생가를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아 고인의 기일(4월 7일)에 즈음해 신동엽문학관 착공식을 연다. 문학세미나, 시 낭송회 등 제1회 '신동엽문학제'도 열린다. 1975년 <신동엽 전집> 을 펴냈던 창비는 개정판 출간 및 계간 '창작과 비평'을 통해 고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싣는다. 신동엽>
◆이미자 데뷔 50년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68)가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부른 지 50년을 맞는다. 이미자는 이후 지금까지 '섬마을 선생님' '동백아가씨' 등 대표곡을 포함해 모두 2,000여 곡을 부른 한국 가요계의 산 증인이다. MBC 10대가수상을 11년 연속 수상했고, 1967년 문화공보부 무궁화훈장, 1995년 화관문화훈장, 1999년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이미자는 데뷔 50년을 맞아 4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기념 전국투어에 나선다.
◆헨델 250주기
바흐와 더불어 바로크음악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작곡가 헨델(1685~1759)이 1759년 4월 14일 런던에서 사망했다. 독일에서 태어난 헨델은 성년 이후 주로 영국에서 활동하다가 41세 때인 1726년 아예 귀화했다.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비롯해 기악곡 '왕궁의 불꽃놀이'와 '수상음악', 오페라 '세르세' '리날도'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5월
◆르누아르 국내 최초 회고전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비극적인 주제를 그리지 않았다.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는 예술철학을 갖고 있었던 그는 삶의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했고,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통해 세상사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르누아르의 90주기이기도 한 올해, 르누아르의 국내 최초 회고전 '행복을 그린 화가 : 르누아르'전이 5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국일보사 주최로 열린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곳의 미술관에서 가져온 '시골무도회' '독서하는 여인' '피아노 치는 소녀' 등 르누아르의 대표작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하이든 200주기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1732~1809)이 1809년 5월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사망했다. 하이든이 남긴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통해 교향곡의 양식이 정립됐고, 그 전통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으로 이어져 절정을 이뤘다. 현악사중주 양식을 완성한 것도 하이든이다. 하이든은 무려 1,2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하이든의 고향인 빈은 2009년을 '하이든의 해'로 선포, 연중 1,200가지에 이르는 기념 이벤트를 펼친다.
6월
◆백범 서거 60주기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경교장에서 안두희에게 암살된 지 6월 26일로 60년이 된다. 백범은 평생을 망명지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했고, 광복 후에도 서거 직전까지 신탁통치 반대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10만원권 발행 과정의 논란에서 보듯, 아직도 좌우 대립에 따른 소모적 갈등의 멍에를 벗지 못한 비운의 위인이다. 김구재단은 세계 석학들을 초청, 5월에 '김구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백범 정신 알리기에 나선다. 미국 브라운대 김구도서관 개설도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단체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와 기념사업이 예정돼 있다.
8월
◆최용신 탄생 100주년
일제강점기 농촌계몽 운동가 최용신(1909~1935)이 1909년 8월 태어났다. 최용신은 YMCA농촌사업부에서 파견돼 경기도 일대에서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했으며, 심훈의 소설 <상록수> 의 여주인공 채영신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를 기려 1964년부터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용신봉사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해오고 있다. 최용신이 활동했고 그의 묘소가 있는 경기 안산시의 최용신기념관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와 함께 '최용신과 한글 사랑'을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연다. 최용신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썼던 교과서와 편지 등이 전시된다. 상록수>
9월
◆퍼셀 탄생 350주년
'영국의 오르페우스'로 불리는 작곡가 헨리 퍼셀(1659~1695)이 1659년 9월 10일 웨스트민스터에서 태어났다. 퍼셀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양식을 통합해 영국의 바로크음악 스타일을 완성했다. 퍼셀이 등장함으로써 영국은 비로소 유럽 음악의 변두리 신세를 면했다. 퍼셀 사후 영국의 위대한 작곡가 명단은 300년 이상 끊어졌다가 20세기 들어 엘가와 브리튼의 등장으로 다시 이어졌다.
10월
◆안중근 의거 100주년
10월 26일은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안중근과 그의 동양평화론은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주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역사학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각국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안중근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중국에서 열 예정이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로망스예술무대, 김자경오페라단과 공동으로 창작 오페라 '대한국인 안중근'을 제작해 6월 공연한다. 보훈처는 안 의사 순국일인 3월 26일 안중근의사기념관을 기공한다. 안중근 평화마라톤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10월에는 안 의사의 생애를 담은 창작뮤지컬 '영웅'이 초연 무대를 갖는다.
11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은 1909년 11월 1일 창경궁 양화당과 명정전, 회랑 등을 전시실로 꾸민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을 국민들에게 개방했다. 이로써 한국에 박물관 관람객으로서의 '공중(公衆)'이 탄생했으며, 이는 곧 한국 최초의 근대적 박물관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제실박물관은 이후 이왕」薇같? 이왕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다 1969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편입됐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기념사업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박물관협회에 의해 열린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식과 국제포럼, 국제학술대회, 박물관 10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특별전, 박물관 엑스포 등이 준비 중이다.
12월
◆박태원 탄생 100주년
'구보는 누구보다도 선각(先覺)한 스타일리스트다. 구보의 문장이 이제 온전히 조선 문장의 한 문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문장강화> 로 유명한 이태준이 이렇게 칭송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의 작가 구보 박태원(1909~1986). 그의 탄생 100주년(음력 12월 7일)을 맞아 서울 청계문화관에서 구보의 유족과 지인들이 소장한 유품과 자료 전시회가 열린다. 여러 문인들이 사인한 구보의 결혼식 방명록, 친필 서신과 원고, 월북 이후의 사진 등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박태원 작품의 배경이 된 종로, 그의 또다른 대표작 <천변풍경> (1936)의 무대인 청계천 일대에서 소설낭독회와 강연회 등의 행사도 열린다. 천변풍경> 소설가> 문장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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