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남북 관계 전망이 밝지 않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인식은 새해 벽두에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단행될 개각에서 통일외교안보 진용의 개편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6ㆍ15와 10ㆍ4 남북 공동선언의 인정 없이 당국간 대화는 없다는 북한의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남북한이 평행선을 긋는 지난해의 상황이 쉽사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북 당국의 '대전환의 사고' 없이는 올해도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남북 모두 '대전환 사고' 필요
올 상반기 남북관계는 지난 해 샅바싸움의 연장선상에서 경색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북한은 '통미봉남'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북ㆍ미간 특사 교차 방문과 평양 교향악단의 워싱턴 공연이 조기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 2단계 조치 타결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의지도 나올 것이다. 반면, 대남 강경정책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인 2월과 꽃게 철인 6월에 북한의 도발적 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의 조정기'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때가 되면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고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기다림은 올해에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 같다. 정부가 식량,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 인도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겠지만, 북한의 확실한 답은 없을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남북관계의 조정기를 연장시키는 데 급급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전략은 지난 한 해 정책으로서의 소명을 다한 것 같다. 기다렸으나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았고, 올해도 상당기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 정부로서 지난 정부와 차별되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대북 정책을 펼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올해에도 남북 관계의 조정기를 연장하려 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보인다.
하나의 희망은 올 하반기쯤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가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점차 유연한 남북관계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 2단계 조치가 합의되면, 북한에 대한 경제ㆍ 에너지 지원이 재개되고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과 직거래 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오바마 정부도 북미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희망이 실현되려면 남북이 대외 환경변화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훈계하기보다는 신뢰 속에 진정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선 북핵 해결, 후 남북관계 진전'은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 병행' 전략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북한도 6ㆍ15와 10ㆍ4선언 이행에 맹목적으로 집착하기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 '통미봉남' 전략을 폐기하고, 시급히 '통미통남'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소박한 밭갈이에 힘써야
적어도 올해는 남북 경협의 상징적 사업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재개되고, 경의선 열차도 다시 운행되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공장 가동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 해 5,000 명 넘게 사망하는 이산 1세대의 소망인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 상설면회소에서 자유롭게 재개되길 기대한다. 올해는 지난해 헝클어진 것들을 복원하는 정도면 족하다고 본다. 한 해 농사 망쳤다고, 밭갈이를 안 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소박하게 다시 시작하는 기축년 남북관계를 기대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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