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4> 림프종 효빈이에게 사랑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4> 림프종 효빈이에게 사랑을

입력
2009.01.08 04:48
0 0

"새해에는 머리가 좀 덜 어지러우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축구도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어요. 제 꿈은 에니메이터가 되는 것이 거든요."

지난달 31일 병원에서 퇴원해 경기 양평의 셋방살이 집에서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은 김효빈(10)양의 입가엔 모처럼 큰 미소가 번졌다. 새해의 소망을 얘기할 때는 평소와 달리 진지하면서도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초등학교 2년 생인 효빈양이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이다. 그전만 해도 꽤나 건강하고 쾌활한 한마디로 사내 같은 성격의 말괄량이 소녀였다.

학교를 갔다 오면 가끔씩 어지럽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효빈양의 부모는 단지 감기증세라고만 생각했다. 가정형편도 넉넉치 않아 병원을 찾기보다는 약국에서 감기약만을 사 먹이기만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부터 증세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효빈양은 목의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목 밑으로 혹이 불거지면서 임파선이 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열도 심하게 나면서 온 몸에는 수두가 돋기까지 했다.

결국 그제야 동네 병원을 찾은 효빈양은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아야 했다. 부어 오른 혹을 절개해 보자는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간단한 검사인 줄만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대에 오른 효빈양의 가족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바로 희귀병으로 알려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3기라는 것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사실 평상시에도 가족 네 식구가 살아가기에도 벅찬 상황인데, 림프종이라는 희귀한 병명을 듣고 효빈이가 너무나 불쌍해 한참동안 가족 모두가 부둥켜안고 울음만 터뜨렸습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일 뿐 이었어요."

사실 효빈양의 가정은 정부 보조금으로 연연해 살아가는 생활보호대상자 가정이다. 효빈양의 부모는 두분 모두 신체장애자로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손이 마비돼 장애3급 판정을 받았고, 어머니는 소아마비로 장애2급 판정을 받았다.

그래도 두 딸을 키우기 위해 하루일감에도 목메는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효빈양의 아버지는 아르바이트로 동네 음식점의 주차관리를 하며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해왔다.

그러나 이젠 이 같은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고 말았다. 효빈양의 림프종 치료를 위해 양평에서 서울 한양대 병원으로 오가며 매주 정기검사와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은 생각 할 수도 없었죠. 양평에서 서울까지 매주 버스를 타고 아이를 데리고 치료를 받으러 오가다보니 일은 고작이고 결국은 자동차까지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난감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효빈이를 완치시킬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양평에서 서울을 밤낮으로 달렸습니다."효빈양의 아버지는 그간의 어려움과 고통을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병원비는 근육 주사비와 항암치료비, 입원비가 포함돼 효빈양의 가족들이 부담하기에는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친지와 이웃들에게 돈을 빌리는데도 한계에 달했다.

당장 2달에 1회씩 근육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1회 170만원이 들었고 총 3회를 맞아야 했다. 또 매월 평균 15일을 입원해 치료를 받는데 입원비와 양평~서울을 오가는데 드는 비용은 효빈양 가족들에게 구원의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뿐이었다.

이 같은 절박감 속에서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이었다. 다행히 효빈양의 가족들은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에게 후원금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굿네이버스를 만날 수 있었다.

효빈양은 굿네이버스의 주선으로 STX그룹으로부터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 받았다. 또 효빈양이 다니는 양평초등학교에서 모아진 '효빈 돕기' 모금액도 그 금액의 규모를 떠나 효빈양 가족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세상에 이렇게 아직도 따듯함이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회가 효빈이를 외면하지 않고 구원의 손을 내밀어주는 것에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다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평생 말이죠."

총 6차례의 항암 치료 중에서 5차 치료를 끝낸 효빈양은 건장한 성인도 견디기 힘든 치료의 고통과 후유증 때문인지 밥맛은 물론 기력조차 떨어져 몸무게는 채 20kg도 안 된다.

강한 항암치료를 작고 여린 어린이의 몸으로 버텨내기에 버거워서 인지 입안 전체가 헐고, 취장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습관적인 고통 때문适?스스로 치료 후밥 먹기를 주저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부모의 마음은 애잔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도 효빈양은 희망과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10살 또래의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매사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효빈양은 그림 그리기를 제일 좋아한다.

커서 에니메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그림을 그릴 때 항암치료의 고통과 치료의 지루함도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런 효빈양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여자 친구들 보다는 남자 친구들과 축구를 즐길 정도로 활달한 성격에 사교성도 뛰어난 편이다.

"새해에는 정말 빨리 완쾌해 학교도 가고 맛있는 학교급식도 먹고 싶어요. 집과 병원 만을 맴도는 것이 이젠 답답하고 지겨워요.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똘망 똘망한 눈망울이 얼굴보다 큰 효빈양은 이렇게 올해의 희망을 애원하듯 말했다.

★저소득 가정 후원 문의: 굿네이버스 (02)6717-4000ㆍwww.nanum1004.org

■ STX의 사회봉사 활동

STX그룹 임직원들이 굿네이버스와 공동으로 백혈병 등의 병을 앓고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내 저소득 가정 아동들에게 '건강'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STX는 지난해 10월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김효빈(10)양과 같이 백혈병 등으로 투병하는 국내 저소득 가정 아동들을 돕기 위해 'STX 꿈과 미래가 있는 세상 만들기- 사랑 나눔 걷기대회'를 열고 지원모금운동을 펼쳤다.

이 날 행사에는 강덕수 STX 그룹 회장을 비롯해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임직원 1,500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사전에 임직원들이 직접 모금한 2,413만원과 함께 투병중인 효빈양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7.5 ㎞ 코스를 완주한 직원들의 후원액 만큼 해당 회사가 기부하는 1:1 매칭그랜트를 통해 총 4,301만5,000원의 기금이 모여졌다.

이 기금은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에 전달돼 투병 중인 효빈양과 비슷한 처지의 국내 저소득 중증 장애 아동의 치료비 및 생계비 지원에 쓰여질 예정이다.

서충일 ㈜STX 대외협력부문장은 "임직원 모두가 참여한 이번 성금이 지체장애 부모 하에 어렵게 항암치료 중인 효빈양 등 장애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소중한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며"앞으로 그룹 내 모든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랑과 나눔 실천을 생활화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행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STX 사회공헌 모토인'꿈과 미래가 있는 세상 만들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그룹은 복지재단과 장학재단을 통한 나눔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06년 출범한 STX복지재단은 소외계층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나눔의 집'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TX장학재단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육군ㆍ해군사관학교 등 9곳에 총 45억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STX그룹은 이러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지난해 6월 '2008 한국사회공헌대상'을 수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