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53)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하는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의 산업 부문에 뽑혔다. 그는 1996년 서울대 첫 학내 벤처인 ㈜바이로메드를 설립한 기업 대표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무상증자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바이로메드는 현재 한국 중국 미국 등에서 7개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막강 바이오벤처로 자리잡았다.
심혈관질환 치료제로 혈관을 형성하는 신약 물질인 VM202는 1상 임상시험 결과가 기대보다 더 좋아 내년 미국에서 2상에 돌입한다. 바이로메드는 현지 전문업체의 대행 없이 자력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허가를 받은 국내 첫 기업이기도 하다.
비결을 묻자 "좋은 연구성과와 좋은 인력이 있었다"는 전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하지만 어디 비결이 없겠는가. 김 교수는 "60명의 직원 중 7명의 박사급 연구원은 모두 내 제자들이고, 대학 교수를 꿈꿀 만한 훌륭한 재목들이다. 그런데도 이직자 한명 없다"고 자랑한다.
그 바탕에는 김 교수의 공정 분배 원칙이 힘을 발휘했다. 김 교수는 설립 멤버들에게는 스톡옵션을 배분하고, 최근 기술 이전으로 수익을 냈을 때는 해당 사업에 기여한 전원에게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을 분배했다. "대학원생에게 청소 시키는 일도 착취"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연구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 경영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죠. 단지 정부 지원으로 좋은 연구결과를 얻었는데도 상용화할 기업들을 찾다, 찾다 못해 '그냥 내가 하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을 뿐입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여는 과학자로서의 보람 못지않게 연구성과를 제품으로 증명해 보이고 현실화하는 기쁨이 크다"고 말한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다니던 시절 김 교수는 수강 시간과 비슷한 정도의 시간을 야학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데 바쳤다. 옥스퍼드대 유학 시절에는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인 런던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 정도로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그는 후학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석박사 과정에 진학한 대학원생이라면 이미 공부를 업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자기 인생을 연구에 바칠 열정이 없다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아직 진로 선택을 안 한 어린 학생이라면 어디에 열정을 바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죠."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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