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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리앗 전사' 최홍만 투지 어디로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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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리앗 전사' 최홍만 투지 어디로갔나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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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9)은 씨름 선수 시절 패기가 넘쳤다. 2003년 김영현을 밀어치기로 이기고 천하장사가 된 최홍만은 기뻐하기는커녕 주특기인 들배지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218㎝의 키와 160㎏을 넘나드는 체격은 가장 큰 무기. 그러나 키가 아닌 기술로 최고가 되고 싶었다. 최홍만은 2005년 1월 K-1 진출 기자회견에서도 "키 큰 사람도 멋진 발차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최홍만에게 더 이상 도전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2006년까지 K-1이 흥행을 위해 붙여준 약한 상대를 이기며 승승장구한 최홍만은 격투기 연습보다는 TV 출연과 가수 활동 등에 빠졌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병역 면제 과정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렸다. 초심을 잃은 최홍만은 2007년 12월 이후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격투기 선수보다는 연예인처럼 산 최홍만이 버티기엔 K-1 무대는 혹독했다.

최홍만은 지난 31일 K-1 다이너마이트에서 미르코 크로캅에게 TKO로 졌다. 크로캅의 발차기에 무릎을 맞은 최홍만은 링 위에 주저앉았다. 종합격투기에는 다운이 없기에 누워서 방어할 준비를 하는 게 상식.

하지만 고통과 두려움에 최홍만은 얼굴을 찡그렸고, 심판은 싸울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TKO패를 선언했다. 연예계의 단맛에 빠진 최홍만에겐 멋진 발차기는커녕 끝까지 싸우겠다는 투지조차 없었다.

'피겨 요정' 김연아(19)는 지난달 그랑프리 파이널 규정종목(short program)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울음을 터트렸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실수를 해서 아쉽다"는 김연아에게 국민은 환호했다.

김연아는 다음날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에 그쳤지만 활짝 웃었다. "최선을 다했으니 은메달에도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홍만은 링 밖에서는 병역 문제로, 링 안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로 비난을 받았다.

최홍만은 새해부터 종합격투기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그에겐 무조건 응원해줄 팬도, 쉬운 상대를 붙여줄 스폰서도 없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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