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비상경제정부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지혜롭고 미래전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른 4대 국정운영방향으로 경제회생과 민생안정, 개혁 가속화와 미래 대비를 내세웠다. 아울러 쟁점법안 처리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야당은 책임 떠넘기기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은 제대로 설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20분 남짓한 연설 내용을 놓고 어느 때보다 더 고심했다고 한다. 서민 빈곤층에 희망을 주면서 위기를 선진일류국가 진입의 기회로 삼는 비전을 동시에 담아야 했고, 위기극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고통을 나누는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국민들의 자기희생 요청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안 없이 비난만 하거나 방관자로 머물 때가 아니다" "위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우리국민은 숱한 위기를 딛고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대목 등이 그 사례다.
하지만 연설의 힘이 강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감세 및 재정지출 조기집행, 금융시장 안정, 일자리 확충, 빈곤층 사회안전망 강화, 4대 강 살리기사업, 녹색기술 등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길게 설명했으나 대부분 이미 발표된 것인 데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은 까닭이다. 각별한 의지를 표명한 규제개혁과 공기업 선진화, 교육개혁 역시 일방주의 혹은 이념 논란에 휩싸여 앞날을 장담하기 힘든다.
더 아쉬운 점은 비상경제정부에 걸맞은 국정 쇄신을 언급하면서도 국민과 시장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적 쇄신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상황을 고려,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복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으나, 비상체제라면서 그렇게 일정을 늦추는 것은 어색하다.
결과적으로 국정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또 경제위기 극복에서 하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대북관계 개선문제를 "우리의 진정성을 외면하지 말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에서 벗어나 협력의 자세로 나오라"는 정도로만 짚고 간 것도 아쉽다. 실용주의 노선과 거리가 멀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비상경제정부의 최대 과제는 여야관계 정상화이며 그 절대적 책임은 집권세력에 있다. 국정연설을 통해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압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진정성과 반성은 바로 이 대목에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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