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비리와 관련해 구속 기소된 노건평(66)씨가 첫 공판에서 정화삼ㆍ광용 형제와 공모해 세종증권 매각 청탁 대가로 29억여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부인해 향후 공판과정에서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노씨의 변호인측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한 뒤 세종측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씨 형제와 공모해 청탁 대가로 29억6,3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씨측은 다만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세종증권 매각 이후 상여금으로 23억 정도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씨 변호인측은 이와 관련, "정씨 형제와의 공모혐의에 대해 어떤 경위로, 어떤 방법으로,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노씨 변호인측은 또 노씨가 실소유주로 있는 정원토건의 회사자금을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법리상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다퉈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노씨 변호인측의 동의를 얻어 다음 공판부터 정씨 형제 사건과 노씨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했다.
이날 옥색 수의를 입고 나온 노씨는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농업"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재판부가 "수사단계에서는 건설업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재차 묻자 "같이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씨는 재판부의 질문에 "예, 아니오"의 간단한 대답만 하고 가끔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와 짧은 대화만 나누는 등 시종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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