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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국민요정에서 피겨 여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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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국민요정에서 피겨 여왕으로

입력
2009.01.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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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민 요정' 김연아 열풍이 뜨겁다. 말 그대로 연아는 빙판 위에서 펼치는 고혹적인 연기로 국민 모두에게 요정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여러 모로 어려운 이 시기에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누구든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준다.

아쉽게도 연아는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에게 금메달을 내주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연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다른 종목의 다른 선수 같았으면 신문 방송에서 왜 졌는지를 분석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거나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였을 텐데, 연아의 경우는 달랐다. 오로지 환호와 열광 뿐이었다. 언론이든 기업이든 일반인이든 그녀를 운동선수 이전에 '요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타이틀 하나도 못땄지만

연아는 올들어 마오와 겨룬 경기 두 군데서 다 졌다. 김연아가 지난해까지 그랑프리 파이널을 2연패하기는 했지만 올해에는 아무 타이틀도 따지 못했다. 아직 세계선수권 대회와 4대륙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마오는 08년 세계선수권 대회와 4대륙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그랑프리 파이널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성적으로 보면 마오가 앞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 누리꾼들은 거의 모두 김연아가 마오보다 실력으로 한 수 위라고 한다. 문외한인 나는 이 말을 믿는다. 그들의 공통된 말은 김연아가 실력으로 앞서는데 세계 피겨계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 때문에 마오가 후한 판정을 받아 김연아에게 이겼다는 것이다. 핵심은 마오가 3바퀴 반을 돌아야 하는 트리플 악셀을 다 못 도는데도 심판들이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셔 코치나 한국 빙상계가 주최 측에 항의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당하든 하지 않든, 또 일본의 입김이든 아니든 심판들이 마오의 회전을 인정하고 또 우리 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인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보이니, 연아는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김연아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부상하거나 감기에 걸렸다. 또 처음 갖는 고국 경기에서 팬들의 지나친 환호도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또한 크게 보아 하나의 실력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국민 요정 김연아를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이전에 세계 일인자 김연아를 원한다. 세계 일인자가 아니라도 국민요정이 될 수 있겠지만, 운동선수에게 세계 제패를 원하지 않고 요정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좀 우습지 아니한가?

"일등만이 능사인가" "연아는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에게 짐을 지우지 말자" 인터넷 상에서 이런 글들을 많이 보았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나는 김연아가 운동선수인 이상 그런 말들은 초점이 빗나갔다고 본다. 피겨의 특성 상 다른 운동과 달리 순위가 전부가 아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운동경기인 이상 순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아름답게 세계 제패하기를

더 아름답고 더 실력이 뛰어난 연아가 세계 무대를 평정하여 진정한 피겨 여왕으로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 글을 쓴다. 연아는 지금 그대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나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기회는 많다. 연아는 발전하고 있고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실수를 줄이고 몸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 내년2월의 4대륙 대회와 그 뒤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멋지게 우승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국민 요정으로 만족하지 말고 진정한 피겨 여왕으로 다시 탄생하기 바란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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