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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MB 교육정책 300일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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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MB 교육정책 300일의 그림자

입력
2009.01.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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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력평가시험 결과에 따라 학교순위가 공개되자, 학교 선택권을 갖게 된 학부모들은 순위가 높은 학교로 옮겨갔다. 좋은 학군의 학교에 학생들이 몰렸고, 빈곤층이 사는 지역의 학교는 학생수가 계속 줄었다. 그 여파로 빈곤 지역 학교 예산은 삭감됐다. 결국 가난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가속적으로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ㆍ영의 개혁 실패 잘 살펴봐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개혁의 표본으로 삼아온 영국 교육에 대한 닉 데이비스 기자의 보고서 내용이다. 1980년대에 시작된 '개혁'의 결과, 영국의 빈곤층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운동장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처우가 낮아 상당수 교사가 학교를 떠나고, 학교폭력이 심각해졌으며, 학생들의 무단 결석과 자퇴가 빈번한 학교가 32%에 달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NCLB 정책을 추진한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어떤 아이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No Child Left Behind)'는 보편주의적 언명이 왜 문제일까. 이 '개혁' 정책 이후 교육 현장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주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시험 난이도를 낮추거나 객관식ㆍ선다형 문제를 출제하고, 학교가 문제의 답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일까지 발생했다. 학교에 불리한 자료를 누락시키고 학업성취도를 거짓 보고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두 나라 모두 '개혁'을 앞세웠지만 초라한 비교육적, 반교육적 양태만 양산한 셈이다. 한 마디로 '신뢰'가 빠진 교육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의 교육개혁은 모두 학교 현장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됐다. 교사들이 너무 나태하고, 학교가 지나치게 관료적 교육만 한다고 본 것이다. 정부나 국민 모두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문제는 그런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개혁'의 중심에 신뢰가 빠진 '경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과 미국 모두 "교육현장을 바꾸려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경제 논리를 동원했다. 개별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학교가 변할 것이라는 '경제만능주의'의 칼을 들이대자 학교는 눈속임과 교육의 질 저하로 답했다.

교육의 문제가 불신에서 비롯됐다면, '경제'가 아니라'신뢰 회복을 위한 교육적 코드'를 만드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측이 교사들의 충분한 수업 준비를 위해 장학금을 확충하고, 자신의 교수법을 다른 교사와 나누고 교사훈련에 참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하는 것 등을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은, 교사에 대한 신뢰와 지원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인식한 결과다. 먼저 믿어주고, 그 믿음을 통해 현장을 변화시키겠다는 구도인 것이다.

경제논리로 교육 다루면 안돼

반면 우리의 교육정책은 경제 폭탄을 안고 교육의 지뢰밭으로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미국 영국처럼'NCLB'같은 용어, 즉 '모든 아이들, 혹은 처지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슬로건은 애당초 제시조차 않은 채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율과 경쟁'이라는 구호만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다.

대학입시를 대학에 맡기는 자율화, 교육정보 공개를 통한 경쟁 촉진, 영어교육 강화와 일제고사를 통한 경쟁력 강화. 우리는 과연 그런 정책들 앞에 '건강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지난 300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교육명세표를 보면서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미래를 짊어질 이들에게 제공된 디딤돌이 이토록 부실하게 방치되는 과정에 나도 일조한 것 아닌가 하는 최소한의 자의식 때문이다.

정민승 방송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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