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인수ㆍ합병(M&A)의 큰 장(場)이 선 한해 였다. '포스트 외환위기' 10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초대형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엄습한 금융위기 탓에, 수많은 기업들이 M&A로 웃고 울어야 했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 올 1월 한진, STX, 현대중공업 등 쟁쟁한 기업들을 물리치고 대한통운을 손에 넣을 때만 해도 금호는 분명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2006년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우건설 인수에 이은 '연타석 홈런' 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금융환경이 악화되자 시장은 '변덕'을 부렸다. 시장은 금호를 순식간에 '잭 팟을 터뜨린 기업'에서 '과식(過食)을 한 기업'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유동성 위기설이 퍼졌고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금호는 결국 금호생명 등 계열사 지분 및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자구안을 내놓아야 했다.
두산그룹도 마찬가지. 금호 못지 않게 'M&A 성공기업'으로 꼽혔지만, 미국의 중공업ㆍ기계업체인 밥캣 인수 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결국 '처음처럼'으로 대표되는 주류사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M&A시장의 대미는 최대매물로 꼽히는 대우조선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장식했다. 올 초만 하더라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력인수 후보 리스트에 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배수진을 치고 대우조선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두산의 인수추진 포기선언, 포스코와 GS의 컨소시엄 결렬 등 '행운'이 겹치면서 결국 한화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 승리의 1등 주역은 바로 김회장"이란게 재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한화는 지금 진퇴양난에 빠졌다. 금융위기 여파로 인수대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 금호와 두산에 그랬던 것처럼, 얼어붙은 금융시장은 한화를 흔들어대고 있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들 때처럼 다시 한번 고뇌의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대우조선인수를 '고(Go)할 것인가 아니면 스톱(Stop)할 것인가.'
뜨겁게 달궈졌던 M&A 시장은 이제 금융위기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최종단계까지 갔던 쌍용건설 매각은 우선협상자였던 동국제강의 포기 선언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동부그룹도 동부메탈(동부하이텍 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6개월이 넘도록 매각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기대 매물로 꼽혔던 현대건설, 하이닉스, 현대오일뱅크, 대우인터내셔널 등도 매각이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M&A가 기업에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으며 그만큼 인수결정에 신중해야 함을 보여준 한 해 였다"며 "기업들은 이런 교훈을 위해 값비싼 학습료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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