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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더 불량해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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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더 불량해진 드라마

입력
2009.01.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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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주인공이 입양된 집의 작은 어머니가 계단에서 굴러 유산을 한다. 교수로 임용됐다고 처가 식구들을 속였던 오빠는 갈비집에서 일하는 모습을 들키고야 만다.

여자주인공에게도 수난이 끊이지 않는다. 뒤늦게 만난 친어머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딸 부부의 분가를 강권하고, 이에 맞서던 시어머니는 불치병을 암시하듯 코피를 쏟는다(뒤에 결국 백혈병 판정을 받는다).

혼미스러운 상황에서 시어머니는 아들과 여자주인공의 혼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밝히며 둘의 결별을 강요한다. 이에 분개해 아들은 집을 뛰쳐나가고, 화들짝 놀라 따라 나선 시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하고야 만다.

회당 1시간짜리 드라마 10회분에도 채 담아내지 못할 만큼 복잡다단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유산, 이별, 사고, 불치병 등 자극적인 키워드로 가득찬 이 '대서사'는 불과 방송시간 35분 안에 고밀도로 압축돼 전파를 탔다.

바로 KBS1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16일 방송분(160회). 혹 '지난 방송의 하이라이트 아니냐'고 의구심 제기하는 분 계시다면 꼭 한번 찾아 보시길.

불황기, TV 드라마들이 불량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앞 다퉈 프로그램 제작비 절감에 나서면서 선정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불륜과 극단적인 고부 갈등 등을 내세운 드라마가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지만, 선정성의 정도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는 지적이다. '웰메이드'를 앞세운 미니시리즈와 주간드라마 등도 제작비 절감의 영향으로 프로그램 질이 시청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 평균 시청률 21.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로 고공비행을 했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던 여자주인공 은재(장서희)의 복수극을 담은 이 드라마의 내용 전개도 '너는 내 운명' 못지않게 독하디 독하다.

'아내의 유혹'의 26일 방송분(40회). 은재는 남편 교빈(변우민)이 자신의 친구와 결혼하게 된 것에 분노해 결혼식 사진을 훼손하고 부케를 훔친다. 은재의 오빠까지 결혼식장에 난입, 행패를 부린다. 극단적 묘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빈의 고모는 조카의 첫날밤 침실에 들어와 독설과 함께 물 한 바가지를 뿌린다.

대사들도 만만치 않게 불량하다. 신부가 시고모를 향해 내뿜는 독기어린 한 마디. "나이를 드셨으면 나이 값을 하세요." 새 며느리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않는 시어머니의 혼잣말에도 서늘한 냉기가 감돈다.

"빡세게 군기를 잡던가 해야지", "친구들 앞에서 쪽 팔려서…".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비가 줄어 화려한 외형 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없게 되자 불륜 등의 선정적인 내용이 드라마에 많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작비 절감은 미니시리즈와 주간드라마의 부실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초 250억원이었던 제작비 예산을 180억원으로 대폭 낮춘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도 창사특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에덴의 동쪽'은 방송 초기 마카오 로케이션과 대형 세트 촬영 등으로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져도 스케일 하나는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방송 20회 이후 예정돼 있던 4회 분량의 해외 촬영이 국내 촬영과 자료 합성으로 대체되면서 극적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3일(36회분) 방송에서는 마카오 교외로 배경이 설정된 자동차 추격과 총격전 장면이 등장했지만 마카오라하기엔 너무 을씨년스러운 한국의 겨울 풍경과 조잡한 화면 합성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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