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자산 지킴이'로 불리는 은행 PB(프라이빗뱅킹)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한 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객들의 자산은 반토막 났고, 추천 상품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이 좋지 않다고 PB 본연의 임무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격랑을 헤쳐온 PB들은 올해를 '반면교사' 삼아 새해 재테크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한상언 신한은행 압구정점 PB 팀장, 김진기 국민은행 대치센터 PB팀장,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센터 PB팀장,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점 PB팀장 등 4대 은행의 대표 PB들에게 내년도 재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최고의 투자 상품은 단기 예ㆍ적금
전체 자산이 반토막 나면서 상당수 투자자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은 만큼,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단기 적금과 예금상품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한 뒤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기 팀장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얼어붙은 투심(投心) 탓에 당분간 예ㆍ적금 외에 투자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상언 팀장과 김인응 팀장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예ㆍ적금 상품을 활용해 현금 비중을 전체 자산의 50%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 주식시장을 주목하라
경기 회복이 내년 연말 가시화한다는 전제 하에 김진기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주식(펀드 포함)에 관심을 둘 것을 제안했다. 김창수 팀장은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또 다시 저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 투자나 펀드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언 팀장도 "현재 주가가 장기적으로 손해 볼 가격대는 아니다"라고 분석했고, 김인응 팀장은 "내년 하반기에 현금 비중을 줄이고 우량주 펀드나 인덱스 펀드 투자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단,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며, 변동성을 감안해 분할매수에 나설 것을 권했다.
채권은 맑다가 흐림, 부동산은 흐림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PB들은 "채권(펀드 포함)투자는 단기적 유행에 그칠 뿐 매력적인 투자대안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진기 팀장은 "국고채는 예금에 비해 금리수익이 그리 높지 않고, 회사채는 경기가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인응 팀장도 "채권 투자는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내년 초까지 단기적으로만 유효할 뿐 큰 매력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자산가들의 투자 0순위였던 부동산은 아예 투자대상에서 제외됐다. 규제 완화 등 정책 변수가 있긴 하지만, 반등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자산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였다.
김창수 팀장은 "무주택자가 내집 마련하기에는 좋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보나, 금리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외에는 신규 투자 자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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