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돼온 국내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지 않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조립공정 여성 근로자의 경우 백혈병과 유사한 계통의 특정 암 발생률이 최고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9일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의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백혈병의 발생과 사망 위험은 일반 인구집단과 비교해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증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역학조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반도체협회 소속 6개사와 29개 협력업체에서 지난 10년여간 근무한 전ㆍ현직 근로자 22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남성 근로자의 경우 백혈병의 사망 및 발생위험도가 일반인구집단보다 오히려 낮았고, 여성 근로자는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는 백혈병과 같은 림프조혈기계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에 따르면 일반인구집단을 1로 봤을 때 특정 집단의 발병률을 뜻하는 표준화암등록비가 반도체 공장에 근무한 전체 여성 근로자의 경우 2.67로 일반인의 갑절이 넘었고, 특히 조립공정의 생산직 여성들은 5.16에 달했다.
조사를 맡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박두용 원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원인은 알 수 없으며 장기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백혈병 발병이 '화학물질에 노출된 피해 직원들의 작업환경에 의한 산업재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종란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법규차장은 "발병자의 성별과 나이, 공정 환경 등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 근로자를 일반인과 비교해 발병의 근거가 없다는 것은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공단 측도 림프조혈기계암의 발생률이 낮고 추적 기간이 짧은 점 등을 들어 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해 노동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삼성전자 기흥ㆍ온양공장에 근무한 노동자 18명이 백혈병에 걸려 그 중 9명이 숨졌고, 하이닉스 공장에서도 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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