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무거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공직자에게는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인사들이 있다.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전체가 속도를 낼 수 없다"고 말했고, 공기업을 겨냥해서는 15%를 감원한 농촌공사를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대기업에게는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단순한 인력감축이 아니라 경영 효율성 제고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고 애써 설명하지만, 일선에서는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지시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경제위기를 감안하면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조치일 수도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 대상자들과 그 가족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을 굳이 대통령이 앞장서 언급했어야 하느냐이다. 각 부처의 지휘자인 장ㆍ차관에게 맡겨도 되지 않았을까. 장ㆍ차관은 직접 조직에 메스를 댈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들이 구조조정을 언급했다고 가볍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두지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각도의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은 지치고 두려운 국민을 안아주는 최고 어른이다. 어찌 보면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다. 국민은 대통령으로부터 따뜻하고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어할 것이다.
악역은 장ㆍ차관이 맡고, 대통령은 종합적으로 상황과 수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점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배우 1명이 주인공에서 악역과 조연, 엑스트라 역할까지 다 맡는 다면 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역할분담이 아쉬운 요즘이다.
염영남 정치부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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