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올해 실질임금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한다. 고유가에 따른 고물가로 상반기에 1%대에 머물렀던 실질임금 증가율이 3분기에 –2.9%로 반전했고 4분기엔 더 떨어질 전망이다. 경기침체의 폭과 깊이가 더 커지는 지금 추세라면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다 해도 전체 임금 근로자들의 지갑은 내년에 더욱 얇아질 수밖에 없다.
한 편에서는 가계부채 발 경제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권 대출과 외상구매 등의 신용을 합친 가계부채가 9월말 기준 670조원에 이르러 가구 당 4,000만원을 넘어섰다. 부채가 많아도 자산가격이 오르고 소득이 늘어나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이 곤두박질치는 데다 실질임금은 마이너스이고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마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지금 상황은 최악이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대책이 중소기업에 쏠리는 바람에 가계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대출의 연체율 추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주 시중은행에 대해 가계대출의 만기 및 거치기간 연장, 이자율 감면 등 채무 재조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불을 보듯 뻔한 가계의 소득감소에 채무부실까지 겹치면 소비침체-기업채산성 및 은행 건전성 악화-경기하강 가속화-대량 실업의 악순환에 빠져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경제 전체가 벼랑 끝에 내몰린 현재 상황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로선 어느 것 하나 적절히 대처하기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처음 거론하며 "주말에 옛날과 똑같이 차가 밀리는 것을 보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쳐오는지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해가 간다.
기름값이 좀 내렸다고 방심 말고 모두가 단단히 마음 먹고 엄혹한 시절을 잘 헤쳐나가자는 뜻일 게다. 그런데 왠지 듣기 거북하다. 소득도 줄고 가계부채 부담도 늘어난 사람들이 '개념 없이' 차를 몰고 나온다는 얘기처럼 들려서다. 누군가 겉치레 보고를 한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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