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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워크 셰어링(work 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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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워크 셰어링(work sharing)

입력
2008.12.2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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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郡馬)현 오타(太田)시는 스바루 자동차로 잘 알려진 후지(富士)중공업의 경차 생산 공장이 있는 공업도시다. 오타시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20명 정도의 임시직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지역 경제를 떠받쳐온 후지중공업이 경기 악화에 따른 감산으로 비정규직 사원 800명을 줄이기로 한 데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다.

네덜란드의 바세나 협약

아이치(愛知) 미에(三重) 오이타(大分) 구마모토(熊本)현 등 대기업 감원이 잇따르는 지역의 일본 지자체들이 실업자 대응에 다 같이 적극적이지만 오타시가 다른 지자체와 다른 점은 정규직원의 잔업을 줄여 그 만큼의 일을 임시직원에게 배분하는 이른바 워크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워크 셰어링은 생산 조정에 따른 실업을 막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용 방식이다. 1980년대 유럽에서 본격 도입됐는데 이 중 네덜란드의 경우를 흔히 성공사례로 꼽는다.

80년대 초 마이너스 성장에 고물가, 12%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 직면한 네덜란드의 루드 루버스 내각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가 함께 참여한 '바세나(Wassenaar)협약'을 이끌어냈다.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요구를 억제하고 경영자는 고용 유지와 노동시간 단축에 힘쓰며 정부는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고용 증가를 촉진한다는 이 합의에 따라 네덜란드는 83년 11.9%이던 실업률을 2001년 2.7%로 줄였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파트타임 노동자가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도맡았던 직업 소개 업무를 거의 대부분 민간에 넘긴 것도 고용 확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독일은 산업별 노사협약을 통해 워크 셰어링 제도를 도입했다. 자동차업계를 위시해 주요 업계에서는 감산을 하더라도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인건비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와 실업자 양산을 막았다. 독일 정부는 2001년 노동법 개정을 통해 파트타임 노동자를 확대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독일의 경우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 지급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노동자 처우 악화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럽 각국은 이 같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실업 인구를 줄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실업의 고통 공동체가 분담해야

비자발적 실업자가 느끼는 분노와 열등감, 나아가 절망과 자포자기의 심정은 비단 당사자만의 것이 아니다. 실직 가장을 둔 가족 역시 비슷한 불안 상태를 겪기 마련이고 친인척이나 지인들도 적잖은 경제적, 심리적인 부담을 안게 마련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전체가 디플레이션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기업의 경영자가 고용한 노동자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기업이 감원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의 현실도 있는 법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용의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결국 그 기업이 망해 버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제위기에 따른 대량 실업은 우선 기업 자신이,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나아가 같은 노동자끼리 고통을 분담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김범수 도쿄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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