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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새해에 바라는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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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새해에 바라는 소원

입력
2008.12.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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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무용총(舞踊塚)의 고분 벽화 수렵도를 보면 달리는 말에서 뒤를 돌아보며 활을 쏘는 모습이 늠름하게도 표현되어 있다. 그렇게 수렵을 통해 이동하며 살아왔던 유전자 때문인지 우리는 '방향'에 관심이 높다. 그래서 타인과의 첫 대면부터 "고향이 어디냐. 어디에 사느냐"를 묻고, 헤어질 때도 "집으로 갈거니, 어디로 갈거니"를 확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는 '무형(無形)에 대한 긍정'이 강하다. 그래서 음악과 무용을 그토록 사랑했는지 모른다. 물론 노래방이 기여한 점이 크지만, 우리처럼 무반주에 멋들어지게 노래할 수 있는 민족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낯 뜨겁긴 하지만 발판이 흔들리는 고속버스 안에서도 신들린 듯 춤을 출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어쩌면 기마 민족의 피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늠'에도 능하다. 가늠하여 사냥을 하고 목적을 이루었었다. 우리가 음식을 할 때 많이 쓰는 것으로 '갖은 양념'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으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갖은 양념'에는 무엇이 얼마큼 들어간 것일까.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의 정점인 "적당히 넣고 적당히 끓이고"의 '적당히'는 어찌 봐야 할지. 이 역시 가늠의 습관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알았어. 됐어. 말하지 않아도 돼. 너 마음 다 알아. 다 안다니까" 이것은 가늠의 가장 대표적 표현이다. 우리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대략 가늠하여 되었다 싶으면 붓을 떼는데, 그래서 우리 그림에 완결성이 적다는 얘기도 있다. 웬만큼 그리면 다 되었다고 하는 것. 오히려 완벽하게 갖추어진 그림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늠'은 우리 민족이 정형화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예를 들어 붓글씨를 말할 때 중국인들은 서법(書法)이라 하고, 일본인들은 서도(書道)라 하며, 우리나라는 서예(書藝)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글 쓰는 것을 법이라 규정할 만큼 완벽한 형식을 중시한다면 일본은 형식보다는 과정과 내용을 중시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정형이 없는 예술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 합죽선(合竹扇)도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는 다르다. 중국의 합죽선은 부채의 가장자리 갓대에 조각을 해 넣어 장식을 가미하는 성향이라면, 일본은 깨끗하게 다듬어 옻칠을 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나무의 마디를 그대로 두어 울퉁불퉁한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맛이 있다. 그림이나 글을 하나 넣으면 여름철 선물로는 딱 그만인 우리 합죽선도 그야말로 정형을 두지 않는다.

일본은 나무 신'게다'도 끝을 뚝 반듯하게 잘라 놓았듯이, 일본의 식기들도 반듯반듯 각이 져있는 것이 많아 질서 있게 놓여진다. 그러나 우리 식기들은 정형이 없다. 다양한 모양들은 자리가 모자라면 밀어 넣고 때론 위로 올려놓기도 한다. 정형이 없음은 때론 공허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무한한 창의력을 주고 도전을 가능하게도 한다. 우리 농악이 끝이 없듯 정형화 되지 않은 것은 그래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놀러 올 것을 주문하고 한바탕 놀게 만드는 것이리라.

새해에는 모두가 방향을 잘 잡아가기를 바란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잘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가늠을 잘하여 목적을 꼭 달성해야 할 것이다. 정형화를 싫어하는 민족답게 나와 다른 타인과의 차이도 인정하는 아량을 넓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신명 나게 놀 수 있기를 높은 하늘을 향해 소원해 본다.

안진의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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