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지음/ 창비 발행ㆍ128쪽ㆍ7,000원
김경미(49) 시인의 새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 는 사람에 대한 회의의 밑바닥까지 가 본 이가 사람을 향한 애정을 획득하는 놀라운 전변(轉變)의 기록이다. 고통을>
사람에 대한 실망은 관계의 불화이거나, 소통의 부재 따위의 것들에 기인한다. 실망의 알리바이는 일상 속에 있다. 가령 그것은 '구중궁궐 한정식집 향목 십이첩반상 앞 사람들/ 올해 목표는 온전한 인간이라 다정히들 합의했건만/ 수정과 후식쯤 말싸움 났다 종업원들 웃고'('잘 모른다')에서처럼 대책없는 것들이다. 참담하여라. 시인은 '난 영 틀렸다- 삼일쯤 연이은 사람약속엔 사람인게 고통이 된다'('사람시늉')고 자조한다.
그러나 참담함의 저점에 닿은 시인은 그 순간 반성적 사유를 통해 화해를 시도한다. '옳지않다/ 나는 왜 상처만 기억하는가… 자꾸 인간이 서운하여 누군가를 내치려보면/ 내가 내게 너무 가까이 서 있다'('인간론')더니, 어느새 '남은 건 이제 춘분에서 소만까지/ 내 차례의 환골(煥骨)임을 차양 밑 한 순간이 알아봅니다'('환골')라며 내성(內省)의 정점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다정'이 오고 '사랑' 이 깃든다. '신에게 사과했다'('생화')는 시인은 이제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다정이 나를')며 인간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7년 만의 시집 출간에 부쳐 "인간에 대한 실망과 자학이 더 깊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험담이 더 늘기도 했다"는 김씨는 "하지만 처음으로 인간과 나 자신을 좀 두둔해주고 싶은, 인간을 향한 근본적인 애정과 신뢰도 더불어 생겼다"고 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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