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불황 한파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불황은 주기적으로 찾아왔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도 많다.
미국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1930년대 전 세계를 수렁에 빠뜨렸던 대공황을 이겨냈고, 우리나라 역시 IMF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바 있다. 위기에 처하면 위기자체의 부정적 효과보다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번지는 '이대로 무너지는 게 아닌가'하는 공포(패닉)가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위기극복에는 이겨낼 수 있다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개척 시장인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는 일이다. 자연히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한 예로 1930년대의 경제침체를 디자인전략으로 극복한 경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카콜라병을 디자인하여 타임지 표지모델이 되기도 한 레이몬드 로위는 미래지향적이고 스피디한 감각의 디자인으로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생활용품을 탈바꿈시켰다. 그는 소위 '유선형' 디자인을 통해 얼어붙었던 소비욕구를 녹이며 생활용품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었으며, 나아가 펜실베이니아 기차회사 등 여러 회사를 도산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혁신적 디자인 전략은 오늘의 불황 타개에도 역시 적용할 수 있다. 파산위기의 애플을 살린 것은 투명 디자인의 '아이맥컴퓨터'이고 획기적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아이팟'은 지금 최대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아 자동차의 '오피러스'는 디자인을 참신하게 변경, 22개월간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물론 지나친 디자인경쟁은 과소비를 불러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과 디자인 혁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것은 새로운 과제다. 이런 관점에선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그린디자인이 환경과 디자인을 조화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디자인은 제품의 설계, 생산, 사용, 폐기, 재활용의 전 과정에서 자원의 소모, 오염, 폐기물 발생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소재와 제품 디자인에 따라 친환경 제품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린디자인의 지침은 5R로 정의할 수 있는데,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 Reduce(감축), Regeneration(재생), Refill(재충전)이 그것이다.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재료와 생산방법을 선택하고, 매립 시 분해가 쉬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완성품의 수출이 커다란 성장동력인 우리나라로서는 그린디자인 전략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정책을 연구 중이다. 특히 특허분야의 경우 디자인창출 지원사업에서 그 지원대상과 내용 등에 '저탄소와 녹색'을 다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의 디자인개발 지원과 관련해서도 LED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녹색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디자인 품목을 우선 선정할 예정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일지 모르나 이 같은 제도들을 바탕으로 친환경 디자인 제품들이 상용화되고 이 제품들이 수출시장에서 일익을 담당할 때 우리는 다시 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다. 힘들다고 움츠릴 것이 아니라 '환경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올 것에 대비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는 일에 나서야 할 때다.
고정식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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