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와 스타 마케팅이 2008년 한국의 클래식음악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클래식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계기로 클래식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나, 스타급 젊은 남성 연주자들의 '앙상블 디토'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27세의 청년 지휘자 두다멜이 이끄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등 화제의 무대가 이어졌고,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메시앙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국악은 정규 공연장 바깥으로 무대를 넓혔고, 실력을 갖춘 20대 젊은 연주자들이 부상해 세대 교체를 알렸다.
■ 세다, 베토벤 바이러스!
'베토벤 바이러스'의 위력은 이 드라마의 삽입곡을 모은 음반 판매량에서 바로 드러난다. 베토벤 바이러스 음반은 10월 초에 나온 1집이 한 달 만에 6만장 이상 팔린 데 이어 11월 중순에 나온 2집도 2만장 이상 나가 올해 클래식 음반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음반이든 공연이든 늘 흥행 1위를 차지하던 소프라노 조수미의 신보 '미싱 유(Missing You)'가 판매량 3만장으로 2위에 머문 것을 보면 베토벤 바이러스가 얼마나 센지 실감할 수 있다.
피겨 요정 김연아가 경기할 때 쓴 클래식음악을 모은 음반이 발매 2주 만에 1만장 이상 팔린 것도 보수적인 클래식음악 시장이 대중매체의 강력한 자장 안에 들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 젊은 스타들의 인기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한 앙상블 디토는 올해 10개 도시 순회공연을 거의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참여한 6명의 젊은 남성 연주자들은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한 정통 실내악으로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꽃미남 마케팅'이라는 일부의 부정적 시선을 제압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부상은 국악에서도 두드러진다. TV 시사만평 판소리로 알려진 소리꾼 남상일,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국악그룹 '불세출' 등이 스타로 자리잡았고, 북촌창우극장의 '천차만별 콘서트' 등 일련의 실험적인 무대가 국악 신세대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 국악, 궁으로 가다
주로 실내 공연장에서 보던 국악이 올해는 고궁으로 많이 갔다. 덕수궁 즉조당 앞뜰에서는 가을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젊은 연주자들이 창작 국악을 선보였다.
조선 후기 궁중음악의 산실이었던 창경궁 연경당에서는 장마철을 뺀 봄부터 가을까지 명인, 명창, 중견들이 산조와 정악 등으로 소담한 풍류를 선사했다. 국립국악원도 정악 앙상블의 진수인 '영산회상'으로 여름 한 철 창덕궁의 주말 아침을 수놓았다.
옛 건축의 공간을 활용하는 시도가 늘면서, 서울뿐 아니라 강릉 선교장,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담양 식영정, 영주 소수서원 등에서도 전통예술 공연이 이어졌다.
■ 관심 끈 주요 공연
올해 내한한 외국 오케스트라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다.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베네수엘라의 무료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이 악단은 프로를 능가하는 놀라운 연주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단원들이 음악의 순수한 즐거움에 빠진 열정적인 모습으로 관객을 감동시켰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필, 올해 처음 내한한 에사 페카 살로넨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공연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여러 공연 중에는 피아니스트 임수연과 백건우의 독주회, 서울시향 기획 시리즈 '아르스 노바'의 메시앙 편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고음악 쪽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점증함에 따라 조르디 사발과 콩세르 드 나시옹, 카르미뇰라와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 등 유럽의 일급 고음악 연주자와 단체가 잇달아 내한해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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