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가 내년 초로 미뤄지면서 심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심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것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免訴)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며, 결국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양도소득세 포탈만 유죄로 인정 받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배치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은 이미 같은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허 전 사장에 대한 서울고법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 판례를 13개나 인용해 "에버랜드 같은 비상장사가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본인 또는 제3자가 인수하는 경우에는 그 법인에 손해가 발생한다는 게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라며 배임죄에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에 대한 판결에서는 "주주의 손해와 회사의 손해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1983년 대법원 판결 1개만 인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편법 경영권 승계 방법을 가르쳐 줬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판례를 변경할 경우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건희, 허태학 사건은 아직 대법원1부와 2부에 있어 대법원이 이 전 회장의 무죄를 파기하고 기존 판례대로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갈 경우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이 전 회장의 1심 변호인을 맡아 무죄 논리를 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기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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