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무자년 행보는 '롤러코스터'로 축약된다.
7년간의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마감하고 태극 전사의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2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예선 첫 판에서 4-0 대승을 거두고 동아시아연맹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3월 북한을 상대로 한 상하이 원정부터 답답한 경기력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한때 사이버 공간에서 퇴진 서명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허 감독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았지만 하반기 들어 단행한 '물갈이'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며 '경질론'은 자취를 감추고 '뚝심의 지도자'라는 찬사가 나오고 있다. 허 감독으로서는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값진 결실에 다름 아니다.
허 감독은 출범 때부터 파격적인 인선으로 화제를 모았다. 1월 소집훈련에 구자철, 이동식, 조용형 (이상 제주), 곽태휘, 고기구(이상 전남), 박원재(포항) 등 국가대표 경력이 전무한 선수들을 발탁한 것을 시작으로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기간 내내 실험적인 성격이 짙은 인선을 고수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좀처럼 시원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경기마다 베스트 11과 전술 기본 틀이 대폭 바뀌는 등 일관성 없는 용병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도 허 감독의 실험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9월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에서 1-1로 비긴 후 '안티 허정무' 여론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북한전 이후 선수단 안팎으로 변화를 모색해 반등세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 분위기를 전환했고, 정성훈(29ㆍ부산), 이근호(대구)에게 중앙 공격수의 중임을 맡겼고 신예 기성용(19)과 이청용(20ㆍ이상 서울)은 중원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4-1로 대파하고 상승세에 불을 댕긴 '허정무호'는 11월 리야드 원정에서 19년간 이기지 못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고 남아공으로 향하는 최대 관문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허정무호'의 무자년 최대 성과는 신구세력이 조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허정무호'는 현재 기성용, 이청용 등 '영건'들의 패기와 이운재(35ㆍ수원) 등 노장들의 경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정상궤도에 올랐다. 인위적인 세대교체가 아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