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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처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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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처연함

입력
2008.12.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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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연예인(요샛말로 예능인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이 어디로 간다. 하는 일이라고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고, 그 음식을 건 퀴즈게임이나 마빡때리기 같은 게임을 하고, 결국엔 그 장난친 음식을 주접스럽게 혹은 불쌍하게 먹는다. 다시 저질스러운 게임을 하여 바깥에서 노숙할 몇을 골라낸다.

그나마 봐줄 만한 퀴즈게임도 누가 더 바보인가 자랑하는 게 컨셉인 모양이다. 어딜 가도 하는 일은 마찬가지다. 재미있지 않느냐고? 웃긴 웃는데 내가 재미있어서 웃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는 내 아이가 거기서 보고 배운 찹찹찹 뿅망치 때리기를 하자고 자꾸만 졸랐다. 해봤는데, 맞으니까 화가 났다. 맞으면 부자지간에도 화나는 것이다. '마빡이'라고 있었다. 그 몸개그의 대유행으로 학교, 군대 등 단체생활이 있는 곳마다 자기 이마를 때려대는 이들로 넘쳐났다.

찹찹찹이나 그보다 더 아픈 손가락으로 마빡때리기도 대유행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학교나 군대에서 서로의 머리통이나 마빡을 때려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미보다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대중의 스타, 예능인으로 먹고 산다는 게 저토록 처연하구나. 저 예능인들의 부조리한 이틀을 찍는 수십 명의 방송인들도 처연하구나. 보고 낄낄대는 나도 처연하구나.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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