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검거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예상된 수순이지만 시점도 빠르고 결기도 상당하다. 이제 민주당의 강경투쟁이 어느 수위까지 전개될 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크리스마스 휴전'이 끝나자마자 초강수를 꺼내든 데는 동력 확보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전과는 달리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력이 결집되고 있고, 여론전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MB악법 결사 저지'라는 스탠스를 비타협적으로 유지한다면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이날 출사표를 연상시키는 결연한 다짐을 쏟아냈다. 정세균 대표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악법들을 막아낼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원혜영 원내대표는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본회의장 점거라는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는 직권상정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공세적인 행동이다. 국회법 개정으로 과거와 달리 본회의장이 아니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원내부대표는 "지금까지는 말로 싸웠지만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노력의 또 다른 축은 시민사회세력과의 적극적인 연대다. 정 대표가 이날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지도부를 초청해 반(反)MB 전선을 역설한 것이나, 문방위원들이 언론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한 것 등이 단적인 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본회의장 점거 농성이 수적 열세 때문에 무위로 끝날 경우의 행동계획, 즉 반정부 장외투쟁 돌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첫 단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졸속 처리에 반대하는 외부단체와의 공동활동은 이미 시작됐다.
일각에선 의원직 총사퇴 카드도 논의되고 있다. 당초 27일로 예정됐던 정 대표의 중대 제안 속에는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가 계속될 경우 본인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내대표 역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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