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전 세계 18개국 미국대사관에 의문의 백색가루가 든 우편물들이 배달된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관에서도 백색가루가 든 우편물이 발견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백색가루에서 단백질이 분해돼 나오는 독성물질인 '리신'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과 미대사관 등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별관 1층에서 미국 텍사스 소인이 찍힌 백색가루가 든 항공우편물이 발견됐다.
미 대사관 측은 항공우편을 검색하는 스크린장치를 통해 의심물질을 발견한 후 오전 11시 20분께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종로소방서는 화생방차 3대와 구급차 2대를 출동 현장을 통제하고 보호복을 입은 화학약품전문 처리요원 2명을 들여보내 우편물을 수거했다.
소방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탄저병 등 화학테러 물질을 탐색할 수 있는 키트로 백색 가루의 인체 유해성을 확인했으나 일단 이 검사에서 유해물질은 발견되지 않았고 물질은 봉인된 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져 감식을 받았다.
감식결과 백색가루에서 단백질이 분해돼 나오는 독성 물질인 '리신'에 대한 양성반응이 나와 정확한 분석을 위해 질병관리본부로 옮겨졌다.
25일 정밀감식에 들어간 질병관리본부는 "진단 키트로 진행된 조사에서 한 번의 음성반응이 나왔으나 정확한 성분 파악을 위해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는 주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리신은 아주까리(피마자) 열매에서 추출된 자연 독극물로 다량을 흡입하거나 먹을 경우 폐출혈 등을 일으켜 72시간안에 사망할 수 있는 맹독성 성분이다.
미대사관 관계자는"어제 의심스러운 가루가 담긴 우편물을 받아 규정에 따라 처리 및 검사조치를 의뢰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부터 18개국 미대사관에 '백색가루' 우편물이 보내졌다. 이중 16개는 밀가루 등 무해한 물질로 판명됐으나 일본 도쿄와 체코 프라하에 보내진 우편물에는 '리신'으로 추정되는 독성물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리신
아주까리(피마자) 열매로부터 피마자유를 짜낸 뒤 남은 찌꺼기에서 추출하는 독성 단백질. 소금 한 톨 무게인 500㎍만 흡입하거나 주사해도 사람의 생명을 끊을 수 있다. 가루나 분무, 환약 형태로 제조된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리신을 이용한 생물학 무기 개발을 시도했고 옛 소련이나 중동의 테러 조직에서도 무기로 활용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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