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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경제교육… 용돈 씀씀이부터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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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경제교육… 용돈 씀씀이부터 달라졌어요

입력
2008.12.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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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요즘 경제가 어렵고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나오니 벌써부터 아이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수준에 맞는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happybin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오른 질문이다. 경제 불황에 가정 경제 사정도 어려워지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경제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우리 아이만큼은 돈도 잘 벌고, 아껴서 잘 쓰고, 현명하게 투자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사이버 경제교육을 실시 중인 김지은 한국은행 경제교육팀 조사역은 "최근 경제 불황이 가중되면서 부모나 교사들로부터 어린이 경제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며 "어린이에겐 경제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가오는 2009년 새해, 우리 아이 경제교육은 왜 해야 하며, 어떻게 시켜야 할까.

■ 경제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11월 금융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은 경제활동 인구 3명 중 1명 꼴인 700만 명. 이중 신용불량자는 235만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개인 파산 현상을 막고, 변화무쌍한 경제 상황에 대응할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경제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충북은 올해 어린이 경제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충북경제교육센터를 설립, '찾아가는 무료 경제교실'을 열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경제 개념 정립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

이동희 충북경제교육센터 연구원은 "초등학교에선 합리적인 선택, 즉 재화의 희소성이나 기회비용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고 있다"며 "이런 기본 경제 개념이 심어지면 용돈을 쓸 때 사고 싶은 걸 다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구분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 스스로가 체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제 교육에 대한 아이들의 호응도 크다. 충북경제교육센터가 '2008 경제교육 연구학교'로 지정한 청주시 풍광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1년간 전교생 970명에게 경제교육을 시킨 결과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경제교육 내용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교사의 68%, 학생의 66%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으며, 특히 소비 절약 생활(51%), 소비자 피해 보상(18%), 용돈 기입장 쓰기와 저축하기(11%), 경제용어와 상식 알기(11%), 직업 선택 정보 습득(5%) 등이 유용했다는 반응이다.

이 학교는 올 한 해 동안 어린이 1통장 갖기, 보드게임을 이용한 용돈 관리, 에너지 절약 방법, 경제 도서 바자회, 화폐박물관과 증권선물거래소 방문 등으로 경제 교육을 실시했다.

■ 연령별 맞춤교육이 핵심

어린이 경제교육은 나이에 맞게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이 포인트.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의 경우 경제 지식보다는 돈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쓰는지 기본 개념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게 좋다.

올 겨울 첫 어린이 경제교육을 시작하는 삼성어린이박물관의 곽신숙 선임은 "놀이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알게 하고, 소비와 저축, 기부의 개념까지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은 1월 '고깔마을 부자 프로젝트'를 통해 열심히 돈 벌기, 지혜롭게 돈 쓰기, 슬기롭게 돈 불리기, 기쁘게 나누기를 가르친다. 유아의 수준에 맞게 악어인형 이빨을 닦아주거나 코끼리 코를 청소해주고 고깔(돈)을 벌게 한 뒤, 상점에서 고깔을 내고 장난감 등을 사게 한다.

고깔이 남으면 은행(은행 창구 모형)에서 통장을 만들어 저축을 하거나 고깔나무(기부하는 곳)에 고깔을 걸고 친구나 어려운 이웃에게 고깔을 나눠줌으로써 나눔의 의미도 배울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을 통해서도 경제교육이 가능하다. ㈜쇼비티 공연기획팀은 올 한해 '재크와 함께 하는 어린이 경제교육 뮤지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동화 '재크와 콩나물'의 내용을 각색한 '재크의 요술저금통'과 '재크와 요술지갑' 공연을 통해 저축과 소비의 의미를 알게 한 것. 내년 3월 서울 대학로에서 정기공연을 재개할 예정이다.

초등학생이 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경제 원리를 터득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학년 별로 경제교육의 표준이 설정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 과목 안에 경제 개념이나 원리를 끼워 넣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 경제교육 연구업체 ㈜아이빛연구소는 합리적인 선택을 배우기 위해선 소비자 교육보다 생산자 교육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전한다. 아이들은 경제활동 없이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쓰기 때문에 돈을 왜 아껴 써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세영 아이빛연구소 교육팀장은 "생산자 교육을 받으면 생산의 어려움과 자원의 한계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며 "이를 통해 소비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생산과 소비 등 경제의 기본 개념이 어느 정도 잡혔다면 은행, 보험, 증권, 펀드, 부동산 등 투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체험하는 본격적인 금융교육을 해도 무방하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가상 회사를 설립해 상품을 개발하고 자본을 투자하는 등 창업 과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버느냐, 어떻게 쓰느냐를 넘어 시장경제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린이 경제교육을 시킬 때 유의할 점은 부모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이나 저축통장 만들기 등 평상시 경제 습관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정부기관, 은행, 증권사 등의 무료 사이버 커리큘럼을 소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제신문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경제 용어를 찾아보거나 우리 아이 경제사전을 만들어주면 훨씬 도움이 된다.

■ 겨울방학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

●한국은행 '어린이경제마을'

한국은행에서 진행하는 사이버 경제교육 프로그램.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라는 책 내용을 온라인 매일학습 으로 제공한다. 단리, 복리, 이자 획득을 게임으로 배울 수 있다. 초등학교 5, 6학년 대상.

●금융감독원 '어린이ㆍ청소년 금융교실'

금융감독원은 1월 20일~22일 서울 금융감독원 9층 회의실에서 어린이ㆍ청소년 금융 교실을 연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을 견학하고 금융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익힌다. 초등 5, 6학년과 학부모, 중ㆍ고등학생 대상. 신청은 28일까지. 무료. 선착순 마감.

●삼성어린이박물관 '고깔마을 부자 프로젝트'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첫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 1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삼성어린이박물관 4층 키즈워크숍에서 열린다. 강의 시간은 50분. 6, 7세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참가비 5,000원.

●동양생명 '수호천사 꿈나무투자마을'

동양생명은 26일부터 2월 1일까지 경기 일산 동양인재개발원과 대전 국토도시연구원, 경주 교육문화회관, 구례 송원리조트에서 2박3일 일정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한다. 은행, 보험, 증권, 펀드, 부동산 등 재테크 수단을 직접 체험한다. 추첨 방식으로 모집하며, 모집 기간은 1월 23일까지. 3만원. 초등학교 4~6학년 대상.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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