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훗카이도로 스키 여행을 떠났다. 영화 '러브레터'가 보여주듯, '유키 마츠리'라 불리는 삿포로 눈축제의 풍경이 일러주듯 겨울의 훗카이도는 소복한 눈의 세상 설국이다. 스키어들의 로망인 푹신하고 뽀송뽀송한 눈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가오리 모양의 훗카이도 정 중앙에 사호로 스키장이 있다. 이 스키장에 딸린 두 개의 리조트 중 한 곳이 클럽메드 사호로다. 빈탄이나 발리, 푸켓, 몰디브 등 열대 휴양지로 유명한 클럽메드 리조트가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겨울 스키 리조트로 운영하는 곳이다.
사호로 스키장의 슬로프는 사호로산(해발 1,059m)을 중심으로 산 아래로 길게 뻗어 있다. 산봉우리에서 갈래갈래 나 있는 길이 모두 슬로프다. 상급 코스 5개, 중급 코스 2개, 초급 코스 8개 등 모두 15개의 슬로프가 눈길을 내고 있다. 슬로프는 나 혼자 대여했나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클럽메드 사호로 스키장에는 없는 게 많다. 국내 스키장에서 늘상 틀어 놓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없다. 슬로프 옆의 현란한 광고판도 없다. 리프트를 기다리는 줄도 없고 슬로프에 진로를 방해하는 인간 장애물도 없다. 야간 스키나 새벽 스키를 위한 조명이 없는 것은 낮 시간의 여유로운 스키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부대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 아무리 넓게 턴을 하고 속도를 내도 누군가를 방해한다거나,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는다. 주변에 신경 쓰지 않고 최적의 눈밭을 휘저으니 실력 이상으로 몸이 움직인다.
사호로의 밤은 유독 일찍 찾아온다. 북위 43도로 한국보다 위도가 높기 때문에 오후 4시만 돼도 어둑해진다. 정상으로 향하는 곤돌라도 오후 3시까지만 운행한다. 하지만 한산한 슬로프를 신나게 누볐기에 아쉬움은 덜하다.
클럽메드 사호로의 최고 강점은 스키 강습이다. 초급자에서부터 고급자까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스키어의 나이와 수준에 맞게 체계적인 레슨을 해주기 때문이다. 유럽 최고 스키학교 출신의 강사들이 무료로 자세를 교정해 준다.
모든 강습은 패키지 가격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 추가 부담이 없다. 리프트 이용도 무제한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투숙객이 강습을 받는다. 한국인 스키 코치도 3명이나 있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스키장을 찾을 경우 부모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제대로 스키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선 키즈 스키스쿨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홀가분하게 스키를 탈 수 있다.
한 이틀 지나면 아이들 스키 실력이 아빠랑 같이 탈 수 있을 정도로 부쩍 늘어 나중엔 가족이 함께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 서로의 실력을 뽐내곤 한다.
스키 강습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어스키캠프를 체험하게 된다.
하루 종일 스키를 타면 몸이 피곤하다. 사호로 빌리지에는 피로를 풀어줄 스파 '피르카'가 있다. 스파에서 다양한 마사지를 받으려면 엔고 등으로 부담이 적지 않지만 나름대로 품격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본식 목욕탕인 오후로(Ofuro)에서 뭉친 근육을 풀 수도 있다. 수영장 밖에 있는 캐나다식 배스에선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눈 덮인 빌리지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자유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스키나 스노보드 말고도 다양한 체험거리가 준비돼 있다. 우리 설화를 닮은 트레킹 스노슈즈를 신고 눈 속을 걷는 스노트레킹은 빌리지 주변 눈밭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시간 가량 설화를 신고 자작나무 숲을 걷는 산책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는 일본인에게 인기있는 곳이다. 1월까지는 이미 예약이 거의 끝난 상태. 클럽메드는 2월에 출발하는 고객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의 '화이트 홀리데이(White Holiday) 패키지'를 선보인다.
아시아나 항공으로 일본 아사히카와 공항에 도착하여 2시간 30분 가량 버스로 이동하는 3박 4일과 4박 5일 두 가지 패키지. 2월 4, 11, 25일 출발하는 3박 4일 패키지는 성인 139만원, 만 4~11세 99만원, 만 2~3세 69만원이고, 1월 31일, 2월 7, 28일 출발하는 4박 5일 패키지는 성인 156만원, 만 4~11세 113만원, 만 2~3세 71만원이다.
클럽메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성인 고객에게는 10만원을 추가 할인해 준다.
사호로(일본)=글·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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