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쟁취를 향한 화폐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이 24일 홍콩, 마카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과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뒤 리요우환(黎友煥) 광둥(廣東)성 사회과학원 산업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의 바닥에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빅 파워의 힘겨루기가 있다”며 “위안화가 동아시아, 러시아, 기타 지역에서 기축통화로 부상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위안화 결제가 당장은 시범실시 되지만 결국에는 위안화와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의 장기적 화폐대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주장을 과장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최근의 금융위기를 국채 및 통화 발행으로 수습하려 하고 있어 달러의 지속적인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대미 최대 채권 국가로 달러화 쇠퇴의 직격탄을 맞을 중국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국제정치 환경을 생각하면 위안화의 부상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0월말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러시아 측이 양국 무역을 달러 대신 위안화 혹은 루블화로 하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방어체제(MD)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치중인 러시아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화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다른 국가도 위안화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러시아 외에 아프리카와 남미의 일부 국가가 후보군이다. 홍콩과 동남아의 화교 경제권이 위안화로 결제할 경우 대만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11월 워싱턴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 위안화의 지위상승을 역설했을 만큼 중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이 걸음마 단계이고 금융통화정책이 불투명해 위안화가 단번에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 화폐 발권국의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서도 무역 회사는 중국은행의 보증서가 있어야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제약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달러화 변동성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자구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위안화 결제 확대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 경제의 상대적 약진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내내 진행될 화폐전쟁의 서막이 오른 듯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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