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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520주 호스피스 자원봉사한 이광자씨 "말기 환자 고통 덜어주려 유머책 외워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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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520주 호스피스 자원봉사한 이광자씨 "말기 환자 고통 덜어주려 유머책 외워 들려줘"

입력
2008.12.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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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나 간호사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이광자(63ㆍ여)씨는 24일 오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원아주대학교병원 10층 병동을 돌며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이씨는 한 환자의 손톱을 깎아주고 몸을 씻긴 뒤 새 옷을 입혀주며 "이런 일들은 의사와 간호사가 하지 않지만 환자에겐 꼭 필요한 손길"이라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그는 "발 껍질이 벗겨지고 냄새 나 지저분하다며 발을 내밀기 민망해하던 환자들도 정성스레 지압해주고 목욕도 시켜주면 아프던 몸 상태가 좋아지는지 얼굴에서 편안함이 묻어나온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얼굴이 밝아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이씨는 "힘든 게 싹 잊히는 순간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10년 전, 집 앞을 걷다 길에 떨어진 '호스피스 교육생 모집' 전단지 한 장 때문에 호스피스와 인연을 맺게 됐다는 이씨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520주를 한결같이 말기 암 환자들의 손과 발, 그리고 벗으로 봉사해오고 있다.

처음엔 희망없는 말기 환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환자들과 부부간, 부모 자식간에도 터놓지 못하는 비밀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이씨는 환자들이 밝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가끔 유머 책을 외워서 들려준다. "아파서 힘들어 하던 환자들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깔깔대고 웃다가 긴장이 풀려 스르르 잠이 든다"며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비법'을 소개했다.

이씨는 그러나 "환자에게 '오늘은 이런 얘기를 해드려야지…'하고 준비해갔는데 이름 옆에 '사망'이라고 적혀있는 날엔 잠자리에 누워도 그분 얼굴이 한참 떠올라 괴롭다"며 환자와 헤어지는 아픔을 얘기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지난 15일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자원봉사상 시상식에서 10년동안 매주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해 온 이씨에게 '10년 근속상'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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