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국회에는‘폭풍 전야의 고요’가 감돌았다. 한나라당이 선언한‘크리스마스 휴전’이 이날로 종료됐고, 여야는 다시 전쟁 채비에 들어갔다.
이날 여야 간 대화는 없었다. 대신 서로를 향한 날선 비난만 공중에서 부딪혔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이 쇼를 하고 연출을 하면 법안의 정당성 여부를 국민에게 묻겠다”고 했고,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우리의 요구에 대해 화답이 없으면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파국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는 비관론이 국회를 뒤덮었다.
그나마 막판까지 타결의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은 ‘분리 처리론’을 얘기한다. ‘마지막 중재안’으로 불리는 분리처리론은 순수 민생법안 등 여야가 합의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은 연내 통과시키되, 논란이 예상되는 쟁점법안은 내년으로 처리를 미루자는 주장이다.
여당 내에서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이 이런 주장을 내놓았고, 지도부 일각에서도 공감했다고 한다. 이는 자유선진당이 24일 내놓은 중재안의 골자이기도 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중진 의원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 선을 긋느냐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114개의 법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순위를 매겨놓고 있다. 1순위는 위헌ㆍ헌법불합치 법률군(群)이고, 그 다음이 세출 법안, 이어 ‘경제살리기 법안’, 맨 마지막이 사회질서확립 법안이다. 이들 법안 중 어디까지 선(先) 처리하고 어디부터 뒤로 넘기느냐는 여야 간에 합의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 법안들은 당연히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민주당은 금산분리 완화나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관련 법안은 안 된다고 손사래 칠 것이다.
이마저도 여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그런 장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낮다. 양쪽 강경론의 기세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선 “이번에 여당에 세게 밟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우리가 먼저 입장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왕 손에 물 묻힌 김에…”라는 기류가 적지 않다. 한 핵심 당직자는 “어차피 치러야 할 전쟁을 잠시 뒤로 미루겠다는 것 뿐이다.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말 국회는 예외 없이 전쟁터’라는 공식이 점점 더 힘을 얻어가는 양상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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